안보리 대북결의 채택 왜 늦어지나…러 ‘몽니’ 부리나

안보리 대북결의 채택 왜 늦어지나…러 ‘몽니’ 부리나

입력 2016-02-28 10:50
업데이트 2016-02-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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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검토 필요하다”며 의도적 시간끌기…내용도 일부 문제제기

급물살을 타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처리가 막판에 주춤거리고 있다.

당초 27일(현지시간) 중으로 결의안 채택을 위해 소집될 것으로 예상됐던 안보리 전체회의가 내주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막판에 발목을 잡는 변수는 러시아의 모호한 태도로 알려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의 일원으로 ‘비토권’을 가진 러시아가 미·중이 어렵사리 합의한 결의안 초안에 대해 아직 ‘O.K’ 사인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표면상의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초안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결의안 초안이 회람된 지난 2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외무부 검토뿐 아니라 사안에 따라 정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북 제재 결의안 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표트르 일리이체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도 같은 날 타스통신에 “결의안이 기술적 문서이고 이제 막 받았다”며 “많은 양의 세부사항과 분석이 필요한 부록들을 포함하고 있어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초 미·중이 담판을 지어 만든 결의안 초안 작성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북한과 일정규모의 교역과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러시아로서는 결의안 초안의 실질적 영향과 이행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압도적 컨센서스 속에서 대다수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이 신속 검토를 거쳐 선뜻 ‘추인’해주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는 또다른 전략적 계산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몽니’를 부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미·중이 주도하는 데 대해 소외감을 느껴온 러시아로서는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시도하며 외교적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미래의 일정시점에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자 차원의 논의가 전개될 경우에 대비해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외교적 여지를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를 거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양자 관계가 순탄치 않은 점도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러시아도 미국과 경쟁을 하는 강대국”이라며 “미·중이 합의했다고 호락호락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러시아가 실제로 미·중이 합의한 결의안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다소 시간을 끌고서 내주 초 결의안에 동의해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안보리는 러시아가 동의해주는 대로 곧바로 전체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점은 이르면 29일(한국시간 3월 1일)이 될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의 검토작업이 더 지연된다면 3월 1일이나 2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리이체프 부대사는 ‘러시아는 언제 표결할 준비가 되느냐’는 물음에 “다음 주”라고 답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만일 ‘내용’까지 건드릴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결의안 초안이 이행하기 힘들 정도로 강도가 높다는 주장을 펴면서 수정을 요구할 경우 미국과 중국으로서는 결의안을 다시 손질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상세히 논의하면서 북한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라브로프는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단호해야 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원 채널을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그렇잖아도 어려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하고 민간 경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북한과 외국 파트너들 간의 합법적 관계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조항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지만, 결의안 초안의 강력한 대북 제재들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어렵게하고 북·러 양국의 경제 협력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추후 일부 조항을 실제로 문제를 삼으면서 부분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시간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고강도 제재 조치를 담은 결의안 내용 자체가 희석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가 내용까지 문제 삼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러시아로서도 강력한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는 과거에도 비슷한 ‘몽니’를 부린 적이 있다”며 “그러나 국제사회에도 큰 대세라는게 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결국 동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너무 과도하게 시간을 끌 경우 결의안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의안 마련을 주도한 미국으로서는 초조감을 느끼며 대러 설득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안보리 결의안 채택시점은 주말 동안 러시아의 초안검토 진행상황과 내부 입장정리, 한국과 공조를 취하는 미국의 외교적 설득노력,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의 대응이 맞물리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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