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여론전’ 돌입 관측…중국정부 “명백한 안보위협”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 중국 언론의 반대논조가 점점 강경해지고 있다.중국이 한·미를 겨냥한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족주의 성향이 매우 강한 관영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강성여론 조성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한국에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이 매체는 이달 16∼17일 연속 사드 관련 사설을 게재하고 “한국에 사드가 출현하면 중국사회는 인민해방군이 동북지역에서 강대한 군사적 배치로 대응하는 것을 반드시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중국의 공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매우 위협적인 발언이다.
이 신문은 “(중국은) 반도에서 발생하는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준비를 잘 갖춰야 한다”는 중국군 소장 출신 왕하이윈(王海運) 중국국제전략학회 고문의 기고문도 실었다. 왕 고문 역시 중국 내에서는 강경 군부 인사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환구시보의 이 같은 강경 논조가 중국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 신문이 그동안 각종 외교현안과 관련해 중국정부의 입장을 상당 부분 대변하며 사실상 중국정부의 행보에 대한 ‘풍향계’ 구실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사드에 대한 강성여론은 관망세를 유지해온 다른 관영매체로도 확산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 중국 온라인 뉴스사이트 국제재선(國際在線) 등의 관영언론들이 최근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기사를 동시다발적으로 게재했다.
이런 기류 변화는 중국정부가 사드에 대한 대응수위를 공식 격상한 것에 발맞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2일 뮌헨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 배치는) 명백히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사드=안전이익 훼손’으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부 언론과 정치논객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중국당국의 강력한 ‘반격조치’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군사전문 블로그에 “우리는 황해(서해)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習近平) 체제는 취임 원년인 2013년 11월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사상 처음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며 동북아시아의 안보지형을 흔들었다.
중국군은 당시 ‘공중 안전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얼마든지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할 수 있다며 남중국해와 서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글은 또 ‘서해 주변에 대한 해공군력과 전략 핵미사일 운용부대인 로켓군 전력 강화’, ‘동북지역 육군 규모와 장비 강화’, ‘한중경제에 대한 재고’ ‘러시아와 연합해 한국에 대한 외교적 압력 강화하기’, ‘북한군의 재래식 전력 강화’ 등도 주장했다.
협객도는 이날 관련 기사에서 중국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된 것으로 보이는 다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념도를 게재하고 “방어 난도를 더욱 증강시킨 (미사일)” 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물론, 한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중국이 당장 한국에 가시적인 ‘보복’을 가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중국 당국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포착된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보복’ 등도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갈수록 중시하는 중국이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카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가 더욱 구체화될 경우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 외교공세나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훈련, 방공식별구역 확대 등의 강경행보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중국이 최근 ‘항공모함 킬러’ 둥펑(東風)-21D 전략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최근 잇달아 공개한 것 역시 그같은 압박 행보와 관계있다는 분석이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관측통은 중국의 사드 보복 가능성과 관련, “중국의 대응이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제 관계 등에서) 중국도 한국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