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논쟁’ 일본 오키나와 선거현장을 가다

’미군기지 논쟁’ 일본 오키나와 선거현장을 가다

입력 2014-11-07 00:00
업데이트 2014-11-0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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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지사선거…4명 출사표
일본 오키나와 지사선거…4명 출사표 6일 오후 오키나와(沖繩)현 나하(那覇)시의 도로변에 설치된 오키나와 지사 선거 후보자를 알리는 게시물 옆을 한 어린이가 지나가고 있다. 16일 투표가 벌어지는 이번 선거에는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75) 오키나와 지사, 시모지 미키오(下地幹郞·53) 전 우정민영화담당상,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64) 전 나하(那覇) 시장, 기나 쇼키치(喜納昌吉·66) 전 참의원 등 4명이 출마했다.
연합뉴스
지사 선거를 열흘 남긴 일본 오키나와(沖繩)현에서는 미군기지가 화두로 부각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6일 오키나와를 방문해 주민에게 16일 시행되는 지사 선거에 관해 말을 걸었더니 한결같이 기지 문제를 거론했다.

유권자들은 기지를 현 내부에서 이전하는 구상에 관해 찬성이든 반대든 상당히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제한된 시간에 만난 유권자들로 현 전체의 기류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반대 의견이 일단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미군 주둔에 따른 부담을 오키나와에만 떠넘기려고 한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평가였다.

미군기지는 오키나와 현 전체 면적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내 미군 주둔지의 74%(면적 기준)가 오키나와에 있는데 이는 사실상 차별이라는 것이다.

오키나와 본섬 중부의 미군기지 ‘캠프 한센’ 인근에서 만난 한 남성(50)은 “오키나와 현민으로서 기지의 현내(縣內) 이전에 당연히 반대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군 기지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며 “내 생각에 주민 70%는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지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오키나와에 새로운 기지를 짓는 것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건설 관련 단체에서 일한다고 밝힌 남성(29)은 “(미군 주둔의 원인을 제공한) 미일 안보조약이 일본 방위에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왜 주일 미군 기지의 4분의 3이 집중된 오키나와에 또 지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용으로 쓰다가 일부를 반환한 자탄(北谷) 지역에 상업지구가 발전한 것 등을 거론하며 “반환된 곳이 관광지로 성공한 사례를 보면 미군 기지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 기지의 현내 이전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후텐마 기지 이전으로 도심의 땅을 반환받을 수 있고 이것이 미군 주둔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도 거론됐다.

카데나(嘉手納)기지 인근 음식점에서 일하는 남성(51)은 “일본인들이 기지에 고용돼 일하기도 하는데 기지를 철수하면 지역 경기가 나빠진다”고 말했다.

기지를 둘러싼 각기 다른 태도는 대체로 이번 지사 선거에서의 후보 선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텐마 기지 현내 이전에 찬성하는 유권자는 이 구상을 적극 지지하는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지사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반대파에서는 나하 시장을 지낸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64) 후보를 찍겠다는 쪽이 기나 쇼키치(喜納昌吉·66) 전 참의원에 투표하겠다는 이들보다 더 눈에 띄었다.

두 후보 모두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오나가 후보 쪽이 정치적 영향력이 세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각 후보도 기지 문제가 쟁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 유세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오나가 후보가 기지 반대를 표방해 보기 드물게 보수·진보 구도가 무너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키나와 지방지인 류큐(琉球)신보는 이달 1·2일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화여론조사와 자체 취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오나가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3선에 도전하는 나카이마 지사가 뒤쫓고 있으며 유권자의 20% 이상이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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