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욕설 금지법’ 발효 후 찬반 논란 가열

러시아서 ‘욕설 금지법’ 발효 후 찬반 논란 가열

입력 2014-07-14 00:00
업데이트 2014-07-1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언론·예술작품 등에서 욕설 사용 금지…위반시 최소 6만원 벌금

러시아에서 언론 매체와 예술작품 등에서의 욕설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지난 1일부터 발효하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월 최종 서명한 뒤 이달부터 발효한 ‘국가 언어 사용에 관한 법’은 TV나 라디오 방송 등의 언론매체, 영화, 공연, 노래, 문학작품 등에서 욕설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욕설이 포함된 영화는 대중 상영이 금지되고 영화제 등의 한정된 공간에서만 상영될 수 있다. 또 욕설을 포함한 문학작품과 인쇄물, 영상물 등에는 이를 알리는 경고문이 들어가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길 경우 일반인은 2천~2천500 루블(약 6만원~7만5천원), 공인은 4천~5천 루블, 법인은 4만~5만 루블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법률은 성인은 물론 어린이나 청소년들 사이에서조차 욕설(러시아어로 ‘마트’)이나 비속어 사용이 늘어가고 있는데 대한 대응 조치로 마련됐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법안을 지지한 의원들과 상당수 주민들은 이 법률이 러시아어의 순수성을 지키고 청소년들의 언어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산당 의원 타마라 플레트네바는 “언론은 국민 생활의 표준이 되야 한다”며 언론에서의 욕설 사용을 금지한 법안을 지지했다.

하지만 예술작품에서까지 욕설 사용을 금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소련 시절의 검열제도를 연상시키는 지나친 조치라는 비판론도 거세지고 있다.

배우 출신의 여당(’통합 러시아당’) 의원 마리야 코제브니코바는 “전반적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러시아어에서 욕설은 나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유명 작가와 시인들도 작품에서 욕설을 이용했다”면서 “갑자기 전면적으로 욕설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명 배우이자 시인으로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발렌틴 가프트는 길거리에서 욕설이 난무해선 안 되겠지만 예술작품에선 욕설 사용이 적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욕설을 금지하려는 법안은 넌센스”라며 “여학생들이 길거리에서 욕을 하거나 TV 방송에서 욕이 넘쳐나는 것은 금해야겠지만 (19세기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같은 작가가 작품에서 욕설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저명 소설가나 시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에서 욕설을 사용했지만 그것이 비속하게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예술작품에서 욕설 사용을 금하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영화감독 유리 곤차로프도 “영화가 현실의 반영인 이상 현실에서 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작품에서 욕설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면서 법률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크렘린에 가까운 유명 영화감독 니키타 미할코프 조차 “’마트’는 러시아 국민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 가운데 하나”라며 “영화 속의 욕설은 인간의 극단적 심리 상태의 표현으로 금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