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신문이 전한 미일정상회담 뒷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23∼25일) 기간 일본 측이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사이의 일대일 단독회동을 잇달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7일 보도했다.일본 측은 23일 도쿄도내 스시(초밥)집에서의 미일 정상간 만찬 후, ‘정상회담(24일)때 짧은 시간이나마 두 정상이 통역을 제외한 배석자 없이 단독 회담을 갖도록 하자’며 미측에 비공식적으로 타진했지만 미측은 공동기자회견 시간에 영향을 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일본을 찾았을 때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총리의 돌발적인 제안을 수용, 약 10분간 단독회담을 한 전례가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일본 측은 포기하지 않고 24일 정상회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메이지(明治)신궁을 방문할 때 아베 총리가 동행함으로써 두 사람 만의 대화시간을 갖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그 역시 미측은 거부했다. 일본 측은 예민한 현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걸려 있는 만큼 미측이 응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정상간 단독회동이 성사되면 장관급이나 실무자간의 협의에서는 밝힐 수 없는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본의 기대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끝까지 아베 총리와 단 둘이서 본심을 털어 놓는 자리를 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간 협의가 막비지에 있는 양국 주무장관들 간의 TPP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
한편 오바마와 아베,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대사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대사,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등 양국의 카운터파트 6명이 자리한 23일 스시 만찬때 당초 라이스 보좌관과 야치 국장은 참석대상이 아니었지만 미측이 대일 강경파로 알려진 라이스 보좌관을 동석시키길 희망함에 따라 두 사람이 추가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더불어 정상간 친분을 자랑하기 위한 무대연출의 측면이 강했던 스시집 만찬이 결국 성사는 됐지만 미측은 처음에 ‘호텔에서 하면 어떻겠느냐’며 실무적인 식사자리를 만들길 희망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
또 스시집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라이스 보좌관의 얼굴을 쳐다봐가며 “미국의 돼지고기 업계는 일본과 달리 정치적으로 정말 강력하다”, “자동차 산업을 적으로 돌리고서는 미국에서 선거는 불가능하다”는 등 탄원조로 TPP관련 양보를 호소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아베 총리가 “케네디 대사는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고 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에서 인기가 있어도 선거에서의 표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소개했다.
지지율이 40%대에 머무르고 있는 터에 11월 중간선거(각급 의회 및 주지사 선거)에서 패할 경우 남은 2년여 임기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절박함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체면을 구긴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 대외현안 중 유일하게 선거 호재로 쓸만한 카드가 TPP이기에 스시집에서조차 여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닛케이의 취재에 응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의 관계처럼 개인적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외교를 구축하는 것이 아베 총리의 방식”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도 그것이 가능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