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상수상자 “네이처지 폭정깨야…논문 안싣겠다”

올 노벨상수상자 “네이처지 폭정깨야…논문 안싣겠다”

입력 2013-12-10 00:00
수정 2013-12-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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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의학상’ 셰크먼, 셀·사이언스 등의 권력화 비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65) UC버클리 교수가 네이처, 셀, 사이언스 등 저명 학술지에 자신의 연구팀이 작성한 논문을 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셰크먼 교수는 9일(현지시간)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저명 학술지에 만연한 관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과학계가 이들 학술지의 폭정(tyranny)을 반드시 깨야 한다”고 밝혔다.

셰크먼 교수는 그럴듯한 학술지에 실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과학자들로 하여금 원칙을 무시하고 최신 유행하는 과학 분야만을 좇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술지의 편집인이 현재 활동 중인 과학자들이 아니라 단순 전문가들로서 큰 관심을 끌법한 연구를 선호하는 점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과학원의 경우 저명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면 저자들에게 3만달러 상당의 대가를 지급하는데, 일부 연구자들은 자신의 수입 절반을 이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학술지가 받는 논문 숫자를 제한하는 데 대해서는 “한정판 핸드백을 만드는 패션디자이너들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셰크먼 교수는 논문이 학술지에 얼마나 자주 인용됐는지를 계량화해 논문을 평가하는 척도로 인식되는 ‘논문인용지수’(impact factor)에 대해서도 “논문이 자주 인용되는 것은 그만큼 내용이 좋기 때문일 수 있지만, 단지 시선을 끌거나 자극적이거나 잘못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셰크먼 교수는 “나 역시 노벨상을 안겨준 논문을 포함해 저명 학술지에 기고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웰컴 트러스트 연구소의 온라인 저널인 이라이프(eLife)의 편집인을 맡고 있다. 네이처, 셀, 사이언스 등과 경쟁 관계인 이라이프는 현재 활동 중인 과학자들의 논의를 거쳐 모두가 동의하면 논문을 싣고 누구든지 무료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네이처 편집장 필립 켐벨은 셰크먼 교수의 지적에 대해 “우리는 과학적 중요성에 기반해 게재될 논문을 선정한다”며 “논문이 인용되고 언론에 소개되면서 결과적으로 영향력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네이처의 편집인들이 그런 것들을 기준 삼아 논문을 선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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