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회피’ 비난에 “그룹보호 목적” 항변

프랑스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64) 회장이 당초 계획을 바꿔 벨기에 국적을 획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르노 회장은 그동안 프랑스의 ‘부자 증세’ 정책을 피하려고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는 비난을 사 왔다.

아르노 회장은 10일 자(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벨기에와 프랑스 이중국적 취득 신청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고 말했다.

아르노 회장은 르몽드에 “프랑스에 계속 살 것이고 세금도 여기서 계속 내겠다고 수차례 설명했지만 헛일이었다”며 “오늘로 모든 의혹을 불식시키기로 했다. 벨기에 국적 신청을 거둬들인다”고 전했다.

재산 290억 달러(약 33조원)로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인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벨기에 당국에 국적 취득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포브스의 올해 추산에 따르면 그는 전 세계 부자 서열 10위로, 프랑스에서는 유명 화장품업체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에 이어 2위다.

아르노 회장은 벨기에 국적을 신청한 목적은 세금 회피가 아니라 LVMH 그룹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인터뷰에서 거듭 주장했다. 자신의 사후에 그룹을 제대로 관리하려고 벨기에에 설립한 재단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철회 결정을 통해 프랑스에 대한 애정과 프랑스의 미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신의 벨기에 국적 신청이 불러온 사회적 반응에 대해서는 “썩 유쾌하진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프랑스 내에서는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그를 향해 격렬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좌파 성향의 리베라시옹 신문은 “부자 머저리”(riche con)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아르노 회장은 “매출의 90% 이상을 외국에서 올리면서도 LVMH 그룹 납세액의 절반 이상인 약 10억 유로를 프랑스 사회에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프랑스에서는 정권이 좌파건 우파건 기업인들이 비교적 나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며 “독일이나 영국, 미국에서는 가난을 맞서 싸울 대상으로 인식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부(富)를 죄악시한다”고 항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