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도 변할 수밖에 없어”

미국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도 변할 수밖에 없어”

입력 2013-03-21 00:00
수정 2013-03-2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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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일 하다 보면 빈자 곁에 있기 쉽지 않아”

프란치스코(76) 신임 교황은 가톨릭 제도가 요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약자를 최우선으로 돌보는 친근한 목자의 모습을 지켜갈 수 있을까.

20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시카고 대교구장 프랜시스 조지(76)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맡겨진 역할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즉위 미사에서 전세계 가톨릭 교회에 “모든 생명을 보호하고 가난한 사람을 감싸주라”고 당부했다.

콘클라베 참석차 바티칸을 방문, 즉위 미사 후 시카고로 돌아온 조지 추기경은 교황의 당부를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이 같은 도전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말했다.

조지 추기경은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있는지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다.

그는 “우리는 가난한 사람 돕는 일을 제도적으로 해왔지 개인적으로 하기는 힘들었다”며 “나도 개인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기 위해 항상 노력했지만 주어진 행정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제도의 요구 조건들 때문에 자신이 되고 싶은 목자의 모습을 지켜가기가 어렵지 않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조지 추기경은 “교황의 당면 과제는 그가 가진 개인적 장점들을 제도적 특성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16년 전 시카고 대교구에 처음 부임했던 당시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을 떠올렸다.

조지 추기경은 “’성모마리아 선교단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곳들을 돌아다녔다”며 “시카고 대교구 사저에 입소한 직후부터 가톨릭 자선단체들이 돌보고 있는 이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자고 다짐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하지만 단 6개월 만에 행정적 임무와 공식 행사 일정이 급증하면서 그 약속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며 “시간이 없어 챙기기 어려운 그 일들은 가톨릭 자선단체와 가톨릭 학교 등의 역할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고백했다.

조지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비슷한 압력들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황은 세계 각 교회의 운영을 지원하는 교황청 관료제를 개혁해나가야 할 임무도 안고 있다.

조지 추기경은 “우리 모두 그렇듯이 프란치스코 교황도 새 자리가 요구하는 대로 달라질 것이다”라며 “나도 시카고 대주교가 되지 않았더라면 다르게 살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결한 성품을 지녔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신뢰감을 표현했다.

조지 추기경은 보좌 주교들과 함께 시카고 대교구가 가난한 이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사회복지사업 대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진정으로 헌신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굳이 나서서 그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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