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과 전투 압승했으나 전쟁 아직 안끝나”

“애플, 삼성과 전투 압승했으나 전쟁 아직 안끝나”

입력 2012-09-05 00:00
업데이트 2012-09-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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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싱크탱크 ESI 프레스토위츠 소장, ‘포린폴리시’ 기고

“애플이 삼성과의 전투(battle)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뒀지만 전쟁(war)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경제전략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Clyde Prestowitz) 소장은 지난주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미 배심원 평결과 관련, 4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인터넷판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삼성과 애플의 끝없는 소송전을 이렇게 평가했다.

프레스토위츠는 “이번 평결로 향후 수년간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삼성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도했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승리하는게 패배하는 것보다 언제나 좋은 일이며, 애플이 이번 평결로 의미 있는 혜택을 볼 게 분명하다”면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삼성 제품의 미 시장 내 판매금지 결정을 추가로 얻어낸다면 단기적으로는 더더욱 애플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몇 가지 두드러진 사실들(facts)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몇몇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첫째,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스마트폰 시장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단일 최대 시장도 아니며, 올해 단일 최대시장 자리를 중국에 넘겨줄 공산이 크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둘째, 삼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2.6%로 애플(16.9%)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는 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셋째, 특허권을 소유한 이해당사자가 배심원장을 맡은 미 배심원단이 애플에 유리한 평결을 내린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보다 하루 전 한국에서 열린 재판에서 한국 배심원들은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어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지난달 31일 소송에서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애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런 사례들을 감안할 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법원이나 배심원들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재판에 전혀 상이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고, 삼성이 비록 미국에선 패했지만 다른 국가들에선 승리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애플의 대(對)삼성 소송전략은 애플에 덩크 슛과 같은 속시원한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의 최대 취약점은 지적재산권이 아주 많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이 아니라 애플사 제품의 부품과 기술적 발전이 외부 공급회사들에 상당 부분 의존해 있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삼성은 애플의 최대 공급자로서, 애플 제품 콘텐츠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그간 기술 발전과 부품 생산은 아웃소싱하면서, 개념화와 디자인, 소프트웨어, 제품 완성도 쪽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삼성은 이와 반대로 궁극적으로 여러 기술들의 집중, 그 집중의 혁신적인 잠재력 개발에 몰입하는 쪽이었다. 부속품과 부품 생산에 필요한 최첨단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를 해왔던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대의 최첨단 부품 생산자이자 공급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애플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평결을 얻어낸 삼성에 기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설명했다. 애플은 이달 아이폰5를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요 전자디스플레이 공급원 중에 일본 샤프사(社)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샤프는 애플에 공급할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대량생산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고 부품 공급이 늦춰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삼성은 이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면에서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스스로 생산도 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이 단기적으로는 애플의 외관과 유사한 제품을 디자인해서 생산해야 할 지도 모르나 장기적으론 훨씬 높은 수준의 기술발전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프레스토위츠 소장은 덧붙였다.

게다가 삼성의 시장 점유율과 생산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도 다른 어떤 회사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어, 결국 같은 제품이라도 낮은 가격에 부품을 공급하게 돼 애플과 같은 경쟁사들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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