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그리스 등보다 ‘유리한 조건’

스페인 구제금융, 그리스 등보다 ‘유리한 조건’

입력 2012-06-10 00:00
수정 2012-06-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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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재정긴축 없는 조건..은행 자본확충에만 투입유로존 단독 지원..IMF 병행 지원 없어

스페인이 9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금융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에 이어 유로존에서 4번째로 외부자금을 수혈받는 회원국이 됐다.

그러나 스페인이 받을 구제금융은 그리스 등이 받은 구제금융과는 형식과 내용이 다르다.

◇ 조건없는 구제금융 = 무엇보다 구제금융 지원에 수반하는 가혹한 재정긴축과 경제개혁 이행 약속이 없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우리가 요청한 것은 금융지원이다. 구제금융과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하한 형태의 재정(긴축) 조건들이 없다. 재정 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유로존이 제공하는 자금을 받을 은행들에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르는 개혁조건들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은 이미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에서도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스페인에 매우 유리한 조건의 구제금융 지원을 허용한 것이다.

구제금융을 주는 대가로 요구한 가혹한 재정긴축이 오히려 경기침체를 악화시켜 사태를 악화한다는 비판적 시각들이 원칙론을 강조해온 독일의 반발을 뛰어넘은 셈이다.

◇ 은행 자본확충에만 투입 =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9일 성명을 통해 “금융지원은 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또는 유로안정화기구(ESM)에서 제공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ESM은 EFSF를 대체해 오는 7월 가동된다.

EFSF나 ESM에서 지원될 자금은 스페인이 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운영중인 ‘질서있는 은행 구조조정 펀드(FROB)’에 직접 투입된다.

물론 FROB에 투입된 자금은 스페인 정부의 부채가 된다. 스페인의 정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8.5%(2011년 말 기준)다. 아울러 지원 자금에 대한 이자는 스페인 정부의 부담이다. GDP 대비 8.9%인 스페인 재정적자에 구제금융 이자비용이 더해진다.

만일 자금지원주체로 ESM이 결정되면 이 돈은 스페인 국채에 비해 우선 상환순위를 갖는다. 혹시 스페인이 국가부도에 이를 경우 ESM이 스페인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보다 먼저 빚을 상환받는다는 뜻이다.

또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전적으로 은행 자본확충에만 한정된다는 점에서 기존 구제금융과 다르다.

은행권의 불안이 스페인 위기의 핵심이라는 진단에서다. 스페인 은행들은 2004~2008년 주택값이 총 44% 급등한 ‘부동산 붐’에 주택대출에 열을 올렸다가 거품 붕괴로 망가졌다.

제3위의 은행인 방키아 은행이 지난달 190억유로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설이 확산됐다.

외부 도움없이 스스로 자본확충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큰소리치던 스페인 정부가 결국 유로존에 손을 내밀면서 손을 들었다.

◇ 규모는 최대 1천억유로 = 스페인 정부는 아직 필요한 자금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다.

스페인 중앙은행이 평가한 자본확충 규모가 오는 21일 나온다. 또 딜로이트 등 외부 컨설턴트업체들이 실시하는 은행에 대한 외부감사 내용은 내달 31일 나온다.

다만 귄도스 장관은 자금지원 규모는 1천억유로가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IMF가 판단하는 스페인 유동성 해결을 위한 자본수요와 일치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IMF는 전날 스페인 은행권이 심각한 금융쇼크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적어도 400억유로의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신뢰할 수 있는 방어막을 형성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IMF는 스페인에 대한 자금 지원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은행 구조조정을 모니터하는 역할에 그친다.

앞서 스페인 정부는 이제까지 모두 340억유로를 투입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은행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나 한계에 봉착했다.

경기침체가 내년과 내후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더 많은 실탄이 필요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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