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변해온 슈퍼맨의 얼굴

시대에 따라 변해온 슈퍼맨의 얼굴

입력 2011-12-02 00:00
수정 2011-12-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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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슈퍼히어로’ 캐릭터인 슈퍼맨의 얼굴은 시대에 따라 꾸준히 변모해왔다.

대공황의 찬바람이 몰아치던 1938년 제리 시걸과 조 셔스터란 두 10대 소년에 의해 탄생한 슈퍼맨은 지난 73년 동안 제작자가 여러차례 바뀌면서 외모의 특징도 시대적 변천사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슈퍼맨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큼직한 S자가 그려진 가슴의 방패와 붉은색 망토, 그리고 빨간색 쇼트 팬츠일 것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National Public Radio)은 1일(현지시간) 지난 73년 동안 시대상을 반영해온 슈퍼맨의 변천사를 상세히 조명했다.

슈퍼맨은 기괴한 마스크 뒤에 얼굴을 감추고 있는 그의 많은 동료와 달리 잘생긴 얼굴을 드러내고 세상을 응시한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검은 그의 머리는 때론 짧아지기도 때론 길어지기도 했지만 변치않는 특징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늘어뜨린 S자 모양 곱슬머리다.

곱슬머리 아래에 위치한 그의 얼굴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은 작가에 의해 변화를 거듭해왔다.

슈퍼맨의 공동 창시자 중 한 명인 조 셔스터가 만들어낸 슈퍼맨은 가소롭다는 듯이 히죽히죽 웃고 잘난체하는 독설가의 모습이었다.

그것은 마치 “위험을 비웃는 영웅이 여기에 있다”는 듯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던져줬다.

1941~1943년 사이에 플레이셔 스튜디오에서 창조해낸 슈퍼맨은 처음으로 스크린을 강타했다.

그의 유명한 S자 곱슬머리는 초승달 모양으로 단순하게 변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면서 진지한 시대가 됨에 따라 슈퍼맨의 캐릭터도 한층 위엄있고, 진지하며, 애국주의적으로 변화했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반에는 슈퍼맨의 활동 범위가 은행 강도와 미친 과학자를 넘어서게 됐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우주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슈퍼맨의 활동 범위도 우주 탐험이라든가 시간여행, 기괴한 변신 따위의 것으로 확대됐다.

이때 만들어진 스토리 중 하나로 슈퍼맨이 크립톤(블활성 기체 원소)이 폭발하기 전 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의 부모를 만나고,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고, 자신을 창조하려는 비극에 맞서 싸운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웨인 보링이 그려낸 이 시대의 슈퍼맨은 멜로드라마성 스토리에 어울리도록 하기 위해 눈썹은 한층 짙어지고 턱은 좁아지고, 얼굴은 길어져 마치 배우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연상케하는 외모로 변신했다.

반면 커트 스완의 슈퍼맨은 보링의 그것처럼 우울한 표정은 아니었으며 한층 친절하고 친근한 삼촌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후에 등장한 커트 샤펜버거의 슈퍼맨은 깨끗하고 굵은 선을 사용해 마치 배우 케리 그랜트처럼 단호하고 단순하며 확신에 찬 모습을 나타낸다.

이 같은 모습은 ‘슈퍼맨의 여자친구, 루이스 레인’같은 에피소드에서 잘 나타나있다.

1970년대에는 다시 스완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러나 격변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슈퍼맨의 짙은 남색 머리카락은 살짝 길어졌으며 구레나룻은 턱뼈 부근까지 내려왔다.

갑자기 슈퍼맨이 그 어느 때보다 나이들어 보였고, 근심에 가득차 있는 듯이 보였다.

마치 미국의 다루기 힘든 젊은이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1986년 DC 코믹스는 슈퍼맨의 캐릭터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존 바이런은 한층 젊고 역동적인 슈퍼맨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머리모양은 더이상 길지는 않은 대신 1980년대 신사 숙녀들처럼 높아졌다.

브루스 팀에 의해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어진 1996~2000년의 슈퍼맨은 훨씬 구불구불해진 S자 곱슬머리에 거의 검은 점 수준으로까지 작아진 눈이 특징이다.

그는 더이상 감정이 풍부한 눈을 가질 필요가 없었고, 필요한 것은 액션이었다.

2000년대 초반의 에드 맥기네스는 만화에서 가짜 포토리얼리즘을 거부하는 대신 과장된 스타일의 만화적 접근을 시도했다.

슈퍼맨의 목은 그의 얼굴을 집어삼킬 것처럼 굵어졌고 근육은 가능한 범위까지 부풀어올랐다.

DC 코믹스는 올해 초 또한번 슈퍼맨의 캐릭터를 재창조했다.

새로 탄생한 슈퍼맨은 한층 젊어졌고, 화를 잘 내면서도 자기 성찰적인 캐릭터로 진화했다.

외견상으로 보면 일종의 갑옷인 타이츠를 버렸고, 빨간색 쇼트 팬츠도 사라졌다.

그러나 셔스터의 상징적인 능글맞은 웃음이 되돌아왔다.

이 능글맞은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말하는 것은 성급할지도 모른다.

그가 단순히 악한 행동을 비웃는 것인지, 혹은 위험을 조소하는 것인지, 아니면 거의 75년 동안 함께 해온 하찮고 무능한 우리 인간들을 비웃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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