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제2의 그리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제2의 그리스?

입력 2011-09-20 00:00
업데이트 2011-09-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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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3위 경제국으로 자금 차입 부담 급증 사태 악화시 외부 구제금융에 의존하는 상황 우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내 3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마저 신용등급이 강등당하면서 유로존이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도 이미 이탈리아에 대한 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이탈리아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그리스 등 여러 유럽국가가 줄줄이 등급을 강등당한 이후이고 이미 예고돼왔던 것이긴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간단치 않다.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경제규모가 3번째여서 상징적인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이번 강등은 이탈리아가 재정감축방안을 마련한 뒤 시장에서 국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위기돌파를 모색하던 와중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등급 강등이 이미 부진한 상황을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 국채 수요에 찬물을 끼얹어 금리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대로 사태가 악화하면 이탈리아가 자칫 외부의 구제금융 자금에 의존하는 그리스와 같은 처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탈리아는 재정수요를 맞추기 위해 연말까지 1천113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연장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최근 이탈리아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은 중국 등의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기피하거나 또는 매입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S&P가 부여한 이탈리아의 등급 ‘A’는 정크수준보다는 5단계나 높은 투자적격 등급이지만, S&P가 이날 성명에서 밝힌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는 취약한 이탈리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불거진 이래 신용등급이 강등당한 국가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크다.

이탈리아의 공공부채 1조9천억유로(2조6천억달러)는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부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이탈리아가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아니라 ‘구제하기엔 너무 큰(Too big to bail out)’ 나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20% 수준인데 이는 유로존이 회원국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비율 60%의 2배에 달한다.

더구나 부채 감축을 위해 정부가 긴축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성장도 급격히 둔화하고 있어 ‘부채 감축→긴축 재정→성장 둔화→재정 적자 확대’라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S&P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이탈리아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7%로 하향 조정하면서 “이탈리아 경제활동의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적 목표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01∼2010년 연평균 0.2%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유로존의 평균 1.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취약한 경제상황에다 위기를 돌파할 정치적 리더십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탈리아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위기 돌파를 진두지휘해야 할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탈세와 미성년자 성매매 등의 혐의를 받으면서 각종 재판에 계류되는 등 추문의 핵심에 서 있는 상태다.

이탈리아 정부 관리들은 정부가 경제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청년 실업도 해결할 또 다른 조치들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부의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정부의 긴축조치에 힘입어 내년과 2013년에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간 로비.연구단체인 컨핀더스트리아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6%에서 0.2%로 하향 조정하는 등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런던의 컨설팅업체인 스피로 소버린 스트래티지의 니컬러스 스피로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여전히 혼돈의 단계에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신용등급 강등은 이런 점을 다시 부각시키면서 이탈리아 채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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