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총기 소지 많아...욕구 해소 수단 우려
29일(현지시각) 저녁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한 호텔 앞.
이 호텔 정문 앞에는 10대에서 20대로 보이는 시민군 10명이 총을 옆에 뉘고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중 앳돼 보이는 한 명이 눈에 띄었는데 나이를 묻자 쑥스러운 표정으로 15살이라면서 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옆에 있던 한 명은 26살이며 나이가 제일 많다고 나섰다.
제2의 도시 미수라타에서 트리폴리 함락을 위해 왔다는 이들은 기자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소총을 마치 장난감 다루듯 했다. 이들이 총기의 위험을 알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순찰 나가는 시민군 중에 슬리퍼 차림도 적지 않았다. 전날 저녁 순교자광장에서는 승리의 세리모니로 탄창 하나를 일순간에 비워내는 젊은 시민군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이 쥐고 있는 총기가 향후 리비아에 골칫거리가 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윤구 전 리비아 한인회장은 “총성 세리모니를 하던 시민군이 벨 소리에 무심코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면서 자세가 틀어지더니 앞에 있던 동료가 총에 맞는 걸 봤다”고 전했다.
무의식중 실수에 의한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만은 아니다.
다른 교민은 “젊은 시민군 둘이 언쟁을 하다가 갑자기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다리에 총을 쏘는 장면을 봤다”며 “젊은이들이 총을 가진 모습 자체가 무서워 보인다”고 말했다.
수개월째 총을 손에 들고 생활해온 시민군이 자신의 감정을 총으로 해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느끼는 ‘해방감’은 하늘을 찌를 만하다. 카다피에 맞서 전투에 참가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는 성취감이 가득하다.
이런 성취감이 인지상정이랄 수 있는 보상심리로 이어진다면 새 정부는 해결하기 어려운 도전을 맞게 된다. 이들이 품은 다양한 욕구를 달래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총을 내려놓고 예전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는 시민군도 적지 않지만 돌아갈 자리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가과도위원회(NTC) 치안담당 고위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 한 교민은 “경찰은 소수 최고위층을 제외하면 모두 계속 일하게 될 것이라고 NTC 치안담당 고위 관계자가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카다피 정부군은 모두 해체되고 군이 새로 구성될 것이라고 이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무력으로 성취감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충족되지 않은 욕망을 다시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데 대한 심리적 통제가 예전보다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우’로 치부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NTC가 무기회수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대목은 이런 우려를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