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월마트가 미국 제조업에 미치는 두 얼굴/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월마트가 미국 제조업에 미치는 두 얼굴/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3-12-09 00:00
수정 201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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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세계 최대의 소매기업 월마트는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미국산 상품 판매촉진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기 위한 ‘월마트 미국 제조업 서밋’을 개최했다. 월마트는 최근 ‘바이 메이드 인 USA’ 캠페인을 시작하며 미국 제조업의 부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향후 10년간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을 추가 구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제조업의 붕괴를 촉진시킨 주범으로 비판받아 온 월마트의 미국 제조업 부활 캠페인은 과연 이율배반적 행보라고 해야 할까.

이러한 월마트의 미국산 상품 판매촉진 캠페인은 제조업의 부활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월마트는 1962년 미국 아칸소주 소도시에서 첫 점포를 연 이후 세계 최대의 소매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월마트효과라는, ‘대형 유통업체 성장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의미하는 글로벌 용어를 탄생시켰다.

미국산 상품 판매촉진 캠페인을 내세우는 월마트는 과연 제조업 부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월마트의 미국산 상품 판매촉진 캠페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몇 차례 판매촉진 캠페인을 하곤 했다. 그러나 캠페인의 구호는 요란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는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번 캠페인도 생색내기용 캠페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에 발표한 미국산 상품 추가 구매 규모를 보더라도 월마트 매출액의 1.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저가 공급을 원칙으로 하는 월마트가 미국산 상품 구매 수준을 얼마나 더 높이며, 그 수준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월마트가 과연 미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2004년 미국 PBS에서 방영된 ‘Is Walmart Good for America?’ 프로그램 방송 이후 월마트효과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에 대한 논란은 더욱 미국 국민의 주목을 이끌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월마트의 성장과 함께 미국 국내 시장에서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이 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미국 제조업체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됐고, 실업률이 증대했으며,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임금이 유통업의 임금보다 대체로 높았기 때문에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실업을 월마트와 같은 유통업체의 고용으로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고, 흡수하더라도 임금하락과 소득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경기 악화와 함께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월마트에 대한 지지와 비난이 엇갈린 미국 사회의 반응은 커지고 있다.

월마트 효과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월마트 효과가 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 확대에 따른 문제가 중소 유통업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증대하고 바잉파워가 남용되면 거래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고, 이에 더해 대형 유통업체의 글로벌 소싱이 커지면서 국내 제조업체의 판로는 좁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더욱 하락하게 될 것이고, 결국 제조업이 크게 타격받을 수 있다.

특히 소비재 제조업의 타격이 클 수 있다. 지금까지의 국내 유통산업 정책은 이러한 제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눈길을 별로 돌리지 않았다. 이제부터 유통산업 정책은 수직적·수평적 관계를 함께 고려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판단하고 적절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대형 유통업체들은 제조업과 동반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미국 월마트 효과의 부정적 우려를 불식해야 할 것이다.

2013-12-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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