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초보운전/이종락 논설위원

[길섶에서] 초보운전/이종락 논설위원

이종락 기자
입력 2020-03-15 22:34
수정 2020-03-1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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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취업한 딸이 최근 운전면허를 땄다. 평생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직장과 집이 꽤 멀어 운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중고차를 구입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도로운전교습 강사역을 자청했다. 신혼 시절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치다가 고성을 해대며 대판 싸웠던 기억이 났지만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공포감이 든다는 딸의 하소연을 외면할 수 없었다. 자동차 뒤에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나선 도로의 광경은 내게도 생경했다. 초보운전자를 배려해 차선을 피해 가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초보운전자를 도로 구석으로 몰아세우는 ‘못된 운전자’도 더러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초보운전 스티커의 존재를 잠깐 잊은 채 평소 습관대로 느린 차들을 추월했더니 기를 쓰고 나를 앞지르려고 했다. 초보운전자에게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야릇한 심리가 발동한 모양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초보운전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들을 프린트해 딸에게 건네줬다. 주유캡 꽉 안 닫고 주행하기, 풋(사이드) 브레이크 안 풀고 출발하기, 차선 변경 시 방향지시등 안 켜기 등. 그러나 무엇보다도 급하게 달리고 서는 ‘빨리빨리’ 운전습관을 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충고를 해 줬다.

jrlee@seoul.co.kr
2020-03-1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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