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각장애 학생 위한 통합교육 새 지평/김영일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기고] 시각장애 학생 위한 통합교육 새 지평/김영일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입력 2016-03-17 18:04
수정 2016-03-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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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김영일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시각장애 학생들도 새 학기에 맞춰 필요한 교과서를 점자와 확대 자료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본격 시행됐다. 시각장애 학생의 교육권 확보와 사회 통합을 위한 중요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당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장애 학생의 통합교육 시대가 시작됐다.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이 집을 떠나 원거리에 있는 특수학교에 가는 대신 지역 내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특수교육 서비스나 교재 등을 국가나 교육청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필자를 비롯해 모든 시각장애인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부모님 곁을 떠나 멀리 있는 맹학교로 유학 아닌 유학을 떠나야만 했다. 통합교육이 제도화되면서 법적으로는 인근에 있는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지만, 점자 교과서가 필요하고 판서 내용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 학생은 일반 학교를 망설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점자 교과서를 때맞춰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시각장애 학생들의 책상 위에도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교과서가 빠짐없이 놓이게 됐다.

2015년 10월 국립특수교육원은 시·도 교육청을 통해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교과서를 조사했다. 발행·공급 기관을 선정해 신학기에 맞춰 모든 학생들에게 신청한 교과서를 점자와 확대 그리고 음성 파일 등으로 제작해 2월 말에 보급을 완료함으로써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실제로 점자 교과서를 제때 공급하는 일은 어려운 과제로 여겨졌다. 우선 중학교 이상에서 사용되는 검인정 교과서가 1400여종이 넘고, 학교마다 채택하는 교과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각장애 학생이 사용하는 점자 교과서나 확대 교과서는 일반 교과서가 발행된 이후에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학기가 시작하기까지 남은 기간이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일은 더이상 시각장애 학생용 교과서를 제작해 줄 곳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바로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전학을 가게 된 경우 옮겨 간 학교에서 점자나 확대 교과서 제작 공급 기관을 찾아 필요한 교과서를 구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립특수교육원으로 관련 업무가 일원화돼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수고가 크게 줄게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교과서 공급 체계에서 시각장애 학생용 교과서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NEIS를 통해 교과서 신청과 접수를 전산화해 처리하고 있으나, 점자나 확대 교과서는 일일이 수요 조사를 해야 하고, 서면으로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보완해야 할 사항은 시각장애 학생용 교과서를 제작할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도록 일반 교과서 발행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 봄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에 가는 시각장애 아이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2016-03-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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