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인질 잡아놓고 인천 오겠다는 것인가

[사설] 北 인질 잡아놓고 인천 오겠다는 것인가

입력 2014-06-02 00:00
업데이트 2014-06-0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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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측 선교사 김정욱씨에게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 측과 국제사회는 여러 차례 김씨의 석방 및 송환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형식적 재판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해 중형을 선고했다. 김씨가 지난해 10월 초 북한에 들어가 체포된 이후 8개월 가까이 하루속히 석방돼 집에 돌아오기만을 가슴 졸이며 기도했던 가족들로선 귀를 의심하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김씨가 재판에서 평양에 지하교회를 만들려고 입북한 사실 등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에 대한 중형 선고에 대해 “외세를 등에 업은 괴뢰 역적패당의 동족대결 책동에 동조하면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로지 종교적 목적 하나만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에 들어간 김씨에게 덧씌운 죄목은 너무도 무시무시하다.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반국가선전·선동죄, 불법 국경출입죄 등이 망라됐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북한의 중형 선고는 일단 그 절차부터가 잘못됐다. 가족은 물론 우리 측 변호인의 접견조차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되는 등 김씨 개인의 방어권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국제규범은 물론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도주의 정신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이처럼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사법 절차를 만천하에 드러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김정은 제1비서에게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씨 사건을 통해 북한은 또다시 국제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김 제1비서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그토록 강조하는 동족적 관점에서도 김씨는 조속히 석방돼야 한다. 과거 잘못을 인정도, 사죄도 않는 일본과 웃으며 손을 맞잡고 납북자 문제 재조사 등에 합의한 북한이 동족인 김씨에겐 그토록 가혹한 이유가 도대체 뭔가.

행여 김씨를 인질 삼아 우리 측에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이라면 더더욱 민족과 역사에 씻지 못할 죄를 짓는 일이다. 개인의 운명을 협상카드로 삼을 권리는 세상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더 나쁜 영향을 줄 뿐이다. 더욱이 북한은 얼마 전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는가. 북한이 김씨를 장기억류하면서 대규모 선수단을 인천에 보내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인도적 견지에서 김씨를 조속히 석방해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정부도 북한의 반응이 없다는 점만 탓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김씨 송환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2014-06-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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