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대학들 자율정리할 길부터 터 주자

[사설] 부실대학들 자율정리할 길부터 터 주자

입력 2011-05-26 00:00
수정 2011-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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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부실 대학의 구조조정이 또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되 부실 대학에 대한 퇴출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가 아닌 대학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는 퇴로를 마련하는 것은 정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대학의 퇴출을 쉽게 하기 위한 출구전략 차원에서다. 물론 자율이든 타율이든 부실 대학에 대한 정의 및 기준은 필요하다. 뚜렷한 규정은 없지만 부실 대학이라면 학생이 정원에 턱없이 부족하거나 법정 교수 확보율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즉 경쟁력이 없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률과 학생 중도탈락률, 전임교원 1인당 논문실적 등도 고려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4년제가 200곳, 2~3년제가 146곳이다. 전국의 웬만한 지역엔 대학이 있다. 대학 진학률이 82%에 달하는 것과 달리 지방과 수도권 대학 간의 정원 충원 양극화는 심각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4년제 비(非)수도권 대학 126곳 가운데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무려 51.6%인 65곳이다. 2~3년제 대학까지 포함시키면 훨씬 늘어난다. 오죽하면 열악한 교육 여건을 빌미로 23개 대학에 교과부가 신입생 학자금 대출을 제한했겠는가. 대학 설립 후 학교 발전을 위해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껍데기 재단도 한두 곳이 아니다.

부실 대학의 정리는 불가피하다. 2015년부터는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신입생도 급격히 줄어든다.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정치권이 전향적으로 다뤄야 한다. 개정안에는 설립자가 원하면 재단을 해산할 수 있고, 대학 부채 탕감을 비롯한 해산 절차에 필요한 경비를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남은 재산에 대해 사회복지법인 등 공익법인 전환도 가능하도록 했다.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설립자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정부는 초중등 사학에 대해서는 한시적인 특례 조항으로 35곳을 퇴출시킨 선례도 있다. 정부는 부실 대학이 더 큰 사회적 혼란을 부르고, 비용을 치르기 전에 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다.

2011-05-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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