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여는 아침] 벼랑 위에서 싸우는 사람들

[고전으로 여는 아침] 벼랑 위에서 싸우는 사람들

입력 2016-03-20 23:44
수정 2016-03-2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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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미(當局者迷), 방관자명(傍觀者明)’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둑 두는 당사자들보다 훈수 두는 사람이 수를 더 잘 보게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제삼자가 되면 이해관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훨씬 객관적으로 형세를 관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누구도 방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은 항상 이해가 대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계자가 적게는 두 사람, 많게는 수천수만 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렬하게 싸웁니다.

권구는 이 구절에 앞서 싸우는 장소가 천길 벼랑 위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정작 얻을 확률보다 잃을 확률이 큰데도 말입니다.

무사히 어느 쪽으로든 결판이 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만약 둘 다 벼랑 아래로 떨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싸우는 사람이 개인이 아니라 나라의 경영자들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입니다.

■권구(權榘·1672~1749)

조선 후기의 학자. 자는 방숙(方叔), 호는 병곡(屛谷), 본관은 안동. 갈암 이현일의 문인으로, 과거 시험에 뜻을 두지 않고 평생을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전념했다. 1728년 이인좌의 난에 연루돼 한양으로 압송됐으나 그의 인품에 감동한 영조의 특지로 곧 석방됐다. 저서로 ‘병곡집’ ‘내정편’이 있다.

권경열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한국고전번역원 홈페이지(www.itkc.or.kr) ‘고전산책’ 코너에서는 다른 고전 명구나 산문, 한시 등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016-03-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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