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세월호 부모 적어도 18년은 보호해야/최용규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세월호 부모 적어도 18년은 보호해야/최용규 산업부장

입력 2014-05-20 00:00
업데이트 2014-05-20 04: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최용규 산업부장
최용규 산업부장
그 심정 어찌 말로 옮길 수 있겠습니까. ‘화를 내고 싶으면 화를 내라, 할 말이 있으면 시원하게 다 쏟아내라, 시간이 약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주변에서 별의별 얘기를 해도 털끝만큼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테지요. 많은 이들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다독여보지만 어디 마음에 와 닿기야 하겠습니까.

팽목항에 있을 땐 안 먹어도 배고픈 줄 모르고, 밤을 새워도 졸린 줄 몰랐을 겁니다. 어디 제 정신이었겠습니까. 넋 나간 초인과 같다고나 할까요. 흔히들 ‘탈진’‘탈진’합니다만 그 게 진짜 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좋은 것도 아닌데 적으면 적을수록 좋지요. 안 먹으면 죽는 줄 알지만 목구멍으로 절대 넘어가지 않는 게 탈진이라 합니다. 삼키려 하면 끌어내리지 않고 이내 쭉 밀어 올린다지요. 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다지요. 노인네들 죽기 전 “이거 안 드시면 큰일 납니다”고 하지만 죽는 줄 알면서도 못 넘기는 것은 탈진이 돼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부모들도 지금 그런 상황일 겁니다.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지 모릅니다. 딴생각 나겠습니까. 온통 애 생각뿐이겠지요.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자기가 다 잘못한 것 같고, 그렇지만 정말 보고 싶고….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볼을 타고 눈물이 또 흐를지 모릅니다. 그러니 무슨 소릴 해도 귀에 안 들어오겠지요. 사실 이 일이 터졌을 때 ‘앞으로 애 부모들이 큰일 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자살(이미 자살을 시도한 희생자 부모 보도가 있었습니다만)하는 사람, 폐인되는 사람, 이혼하는 가정이 나올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걱정이었으면 했는데 이미 시작된 듯합니다.

이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죽은 아이들 대부분이 열여덟 살, 고2입니다. 그러니 최소 18년간은 정부에서 세월호 부모를 돌봐 주셔야 합니다. 특별법이든 다른 뭐로든 꼭 그렇게 해 주셔야겠습니다. 트라우마는 죽을 때까지 갖고 갈 형벌이지만 절망에 빠진 세월호 부모는 적어도 18년 동안 삶과 죽음의 문턱에 서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약’이라고요. 그것은 죽은 아이를 대신할 그 무엇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일 겁니다. 빨리 애 하나 낳아서 잊는다는 건데 그게 쉬운 건가요. 서너 살 먹은 애가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18년 아니 19년을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을 겁니다. 낳을 수 있다 해도 혹시 애가…. 덜컥 내려앉는 마음에 낳을 자신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절망하는 것입니다.

하나 더 해주셔야겠습니다. 그 집, 그 동네에서 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에 대한 기억과 추억 때문이겠지요. 이사하고 싶어도 형편상 그렇게 못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 변화를 원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렇게 해 주세요. 정부가 뒤늦게나마 남은 자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상처투성이 정부를 그나마 믿지 않겠습니까. 덧붙이겠습니다. 국가 개혁한다고요. 제도나 시스템 불비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십니까. ‘가치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선장이 되면 뭐가 좋은지만 가르쳤지 ‘좋은’ 선장이 되라고 가르치진 않았습니다. 이게 핵심 아닐까요.

ykchoi@seoul.co.kr
2014-05-20 30면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