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여론조사 위기 속 바이든 대세론/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여론조사 위기 속 바이든 대세론/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9-27 16:58
수정 2020-09-2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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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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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조지메이슨대학에서 주최하는 ‘이슈토론회’서 지역 주민들과 줌을 통해 미국 대선(11월 3일) 여론조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한국보다 미국이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었다. 휴대전화 응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거나 조사 표본 대표성이 떨어지는 등 통계 설계의 문제도 거론됐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한 백인 중년 남성은 ‘푸시 폴’(Push Poll)을 언급했는데 다들 격하게 공감했다. 그는 ‘특정 백인 후보가 흑인 아이를 입양한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당시 후보들이 백인 유권자의 표를 얻는 게 중요했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음해성 유세였다고 했다. 정치권이 여론조사 설문을 빙자한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주민은 “전화 설문조사에 참여했는데 비슷한 질문만 계속 물으며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답변을 유도했다”며 이에 동의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대다수 주민이 “선거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무조건 끊는다”고 했다. 백인 중년 여성 실라는 “내 동생은 고의로 엉뚱한 답만 말할 정도”라며 여론조사에 극단적인 거부감을 보였다.

각 후보가 유리한 설문조사 결과만 골라 유세에 이용하더라는 경험도 공유했다. 대선 캠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내고 승기를 굳히기 위한 기부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투표권이 없는 기자에게까지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10달러를 보내 달라는 대선 캠프의 휴대전화 문자가 왔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도 크게 다르다. 라스무센은 지난 한 달간 조 바이든 후보가 최대 4% 포인트까지 앞서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1% 포인트 앞서기도 하는 ‘롤러코스터’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유고브·이코노미스트의 조사는 바이든 후보가 7~11% 포인트나 앞서 라스무센 조사와 격차가 상당했다. 만약 이렇게 상이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여론조사 자체를 불신하는 유권자들의 응답 거부나 왜곡 응답에 기인한다면 2016년 악몽이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4년 전 대선에서 미 언론들의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승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예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민들은 애초부터 이를 못 믿겠더라고 했다.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판단을 내렸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여러 주민이 말했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서 침묵을 선택한 반면에 조기(부재자) 투표장에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고 있다. 미 언론들은 버지니아·미네소타·와이오밍·사우스다코타 등 4개 주에서 지난 18일 시작한 조기 투표의 열기가 뜨겁다며 4시간을 기다린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역시 조기 투표를 하려 2시간 이상 줄을 섰다는 한 주민은 “코로나19 때문에 부재자 투표로 사람이 몰린다는데 그게 아니다. 선거가 치열해서다”라고 했다. 극명하게 양극화된 정치적 지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지지자들이 결집해 선거 열기가 뜨겁다는 설명이다.

미 대선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지금까지는 바이든 후보가 약간 우세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유권자들의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바이든 대세론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여론조사 기관뿐 아니라 여론조사를 입맛대로 이용해 온 미 정치권과 언론의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지난 대선처럼 예측 실패로 반성문을 쓰게 될지, 아니면 흑역사를 지우고 이번에는 예측에 성공할지도 미 대선을 관측하는 포인트가 될 듯하다.

kdlrudwn@seoul.co.kr
2020-09-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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