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거비용 실시간 공개, 깨끗한 선거의 출발점/황순철 중앙선관위 선거자문위원·변호사

[기고] 선거비용 실시간 공개, 깨끗한 선거의 출발점/황순철 중앙선관위 선거자문위원·변호사

입력 2014-06-02 00:00
업데이트 2014-06-0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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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파…조용한 선거’. 이것은 선거분위기를 전하는 언론의 수사어가 되어 버렸고,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는 이렇듯 선거분위기마저 바꿔 놓았다.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로고송과 알맹이 없는 연설, 어지러운 율동 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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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철 중앙선관위 선거자문위원·변호사
황순철 중앙선관위 선거자문위원·변호사
하지만 이런 선거분위기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를 모두 아는 주민은 14.4%에 불과하고, 시·도지사 후보자를 아는 경우는 55%, 기초단체장 후보는 35.4%, 교육감 후보는 24.6%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세월호 여파에 따른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제와 유권자의 무관심이 빚어낸 결과다.

민주적 선거의 본질은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대표자가 선출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러한 ‘깜깜이’ 선거는 투표권 포기나 ‘묻지마’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조용한 선거를 소란스러운 소통보다 반길 수만은 없게 한다. 그렇다면 조용하고 평온한 선거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고서 투표에 참여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유권자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먼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 nec.go.kr) ‘후보자 찾기’란에서 후보자에 대한 전과·납세·병역·학력·경력사항 등을 꼼꼼히 챙겨 볼 수 있고, ‘정책공약 알리미’란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이나 공약·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정치자금 수입·지출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후보자가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디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선거비용에 관한 정보가 선거일이 지나 공개되는 바람에 선거일 전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나 불법·변태 지출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공개 방법도 3개월이라는 기간 내에 선관위를 방문하여 열람하거나 서면으로 신청해야 하는 등 불편했다.

이를 개선한 금번의 선거비용 실시간 공개는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장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향후 모든 선거에서 실시간으로 공개가 이뤄져야 하며 차제에 선거에 참여하는 모든 후보자가 선거비용 수입·지출 내역을 실시간 공개하도록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돈과 부정으로 얼룩진 선거·정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돈 안 드는 깨끗한 선거, 투명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2014-06-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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