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규 산업부 기자
하지만 우리 모터쇼 모델들의 이 같은 의상 변화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모터쇼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도우미에게 민망한 의상을 입혀 전면에 세우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크푸르트, 파리, 디트로이트, 제네바, 도쿄모터쇼 등 이른바 세계 5대 모터쇼는 물론이다. 최근 무섭게 뜨는 중국의 모터쇼도 노출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의 국내 모터쇼는 차 보다는 8등신 미녀 모델이 주인공 대접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카메라 플래시도 차와 함께 늘씬한 미녀가 서 있을 때 연신 터졌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신차 옆에는 마케팅 직원이나 엔지니어, 아르바이트 직원이 자리를 잡는다. 덕분에 전시된 차의 구조나 제원, 엔진성능, 기타 스펙 등 웬만한 질문에는 막힘이 없다.
사실 국내 모터쇼 기획자들에게 노출은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방문객의 대다수가 남성인 상황에서 포털 검색어에 뜰 만한 의상을 입히면 저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구름관객이 부스를 에워싸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법이 과연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일까.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BMW 부스를 관람 중인 기자에게 경쟁사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한 모니터 요원이 다가와 “양사 부스를 비교하는 설문에 응해 달라”고 부탁했다. 차량 배치부터 부스디자인과 동선의 만족도 등으로 시작한 질문은 행사 당일의 공연, 인상적인 차 모델, 설명요원의 친절도 등으로 이어지면서 질문만 100여 가지에 달했다. 관람객의 눈을 통해 경쟁사와 자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다시 차기 모터쇼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였다.
모터쇼는 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함이 존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나라 자동차 산업과 시장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라고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국내 모터쇼를 취재한 자동차 기자들의 불만은 “정작 차는 볼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모터쇼보다는 초대형 자동차 백화점에 온 듯하다는 평도 나온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터쇼의 꽂은 8등신의 모델이 아니라 차가 되어야 한다. 메인 요리가 부실한 식당이 화려한 밑반찬 만으론 성공할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곱씹어 봤으면 한다. 이번 부산모터쇼가 국내 모터쇼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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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2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