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정치부 기자
비슷한 시기 디스전은 정치권에서도 펼쳐졌다. 정치권의 막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청문회라는 판이 깔리면서 여야 의원들은 마치 래퍼를 자처한 듯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막말 대마왕’, ‘돼지’, ‘새빨간 거짓말쟁이’ 등 원색적인 표현이 청문회장을 어지럽혔다.
그런데 그 파장은 힙합 디스전과는 사뭇 달랐다. 힙합 디스전에서 팬들은 너도나도 디스곡을 다운로드 받았지만 국민들은 욕설장이 돼 버린 청문회를 지켜보다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힙합 뮤지션들과 정치인들이 디스전을 펼친 의도는 매우 달라 보인다. 뮤지션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싶어 디스전을 펼쳤다. 물론 그 이면에는 상업적인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다. 반면 정치인들의 막말은 오히려 ‘대중의 무관심’을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다.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청문회가 열렸지만 결과는 무관심의 확산이 돼버렸다.
정치권의 막말은 잠깐 동안의 화제는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을 조장한다. 그래서 득을 보는 것은 누굴까.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유지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의 디스전은 매우 불순하다.
이번 국정조사는 여야의 실제 속내가 무엇이냐는 것을 놓고 시작부터 의혹이 제기됐다. 과연 여야 모두 국정조사를 이끌어갈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막말은 국민들이 국정조사를 외면하는 데 한몫했다. ‘국정조사 디스전’은 그래서 더욱 불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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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31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