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窓] 청소년이 폭력적인 이유/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생명의 窓] 청소년이 폭력적인 이유/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입력 2012-02-11 00:00
업데이트 2012-02-1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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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순진하고, 착하기만 하던 애들이 왜 사춘기가 되면서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처럼 변하게 되는가?

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제일 먼저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수염을 나게 하고, 남성 성기를 크게 하고, 근육을 발달시키는 등 남성다움을 나타나게 해주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성적으로 성숙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경쟁적이고, 공격적이고,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을 추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면서 남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이 시기에 얌전하고, 온순하던 아이가 공격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지는 것을 싫어하고, 쉽게 난폭해질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뇌는 30살 무렵까지 계속 발달한다. 특히 전전두엽이 늦게까지 발달된다. 전전두엽은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실행하기 전에 그 결과나 득실에 대해 분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즉각적인 만족이나 욕구 충족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되면 동물적인 충동을 참고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몸은 이미 어른처럼 성장되어 있지만 그들의 뇌는 그렇지 않다. 동물적이고, 원시적인 뇌는 이미 완성되어 공격적이고 성적인 원초적 본능은 최고조에 이르지만, 그 본능을 억제할 수 있는 전전두엽은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폭력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우리나라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과에서 가해학생의 뇌를 연구했더니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춘기 현상을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인간은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군집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대부분 서열을 갖고 있다. 물론 현재의 인간 사회는 평등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어느 집단이든지 서열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에는 회장이 있고, 그 밑에 사장이 있고, 가장 아래에 말단 사원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증거를 볼 때 원시 부족시대에도 분명 서열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인류는 진화하는 과정 중에 수렵채집 시대를 가장 오랜 기간 겪어 왔다. 약 1만년 전에 농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남자는 사냥감을 쫓고, 영역다툼과 식량문제로 이웃부족과 전쟁을 하면서 생존해 왔다. 사춘기 무렵이 되면서 사냥과 전투에 참가하게 되고, 그때의 용맹성에 따라 서열이 결정되었다. 사냥을 잘하고, 이웃부족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폭력적 성향이 필요했다. 즉, 싸움을 잘할수록 부족 구성원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높은 서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진화적 잔재가 개인적인 진화과정을 겪고 있는 사춘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의 서열을 결정하는 것은 학업 성적이다. 당연히 성적이 떨어진 아이는 낙오자라는 비참한 기분과 함께 소외감과 분노가 생긴다. 이런 아이들은 두뇌 발달이 더딘 아이일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불만을 사회에서 용납되는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모른다. 전전두엽의 미숙함 때문에 참을성도 부족하다. 무언가를 성취하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이미 꽉 막혀 있는 듯 좌절된 상황이다. 이런 아이들이 폭력적 게임에 빠지거나, 힘없고 사회성이 부족한 피해 학생에게 화풀이를 하면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 있다.

요즘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뒤늦게 나서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효율적으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해학생의 문제 행동을 이해하고 교정해 주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가해학생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판단력을 향상시켜 주는, 즉 전전두엽 기능을 업그레이드시켜 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 성적 외에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학업외 활동에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2012-02-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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