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북한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윤설영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북한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윤설영 정치부 기자

입력 2011-10-07 00:00
수정 2011-10-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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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해 전 한 학교 북한대학원을 나온 후배가 기자를 찾아왔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품은 뜻이 있어 북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땄지만,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 일자리가 없어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관련 경제협력, 문화사업 분야로 진출하는 선배들도 많았는데 이번 정부 들어 이런 자리가 뚝 끊겼다는 것이었다. 북한을 돕거나 북한과 교류하는 일을 하고 싶어 했던 이 후배는 결국 그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일반 기업에 입사했다. “아마 이번 정부에서는 이런 쪽에서 일하는 건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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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 정치부 기자
윤설영 정치부 기자
이런 영향의 여파인지 최근 동국대 북한학과가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학교의 학과가 없어지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지만, 명색이 통일을 지향하는 나라에서 북한을 연구할 곳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데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북한학과는 남북 간의 문제를 정치외교학이라는 큰 틀에서 따로 떼어내 고유의 학문으로서 연구해 보자는 데에서 시작됐다. 남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북한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일에 대비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북한학은 존재 의미가 더 크다.

정부는 지난해 8·15 경축사를 계기로 통일 준비 논의에 힘을 쏟고 있다. 수십억원을 들여 설문조사를 하고 “통일을 준비합시다.”라고 토론회와 설명회를 연 게 지난 1년간 한 일이다. 그러고 나서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게 지난 5일 최종보고서를 낸 용역 연구단의 결론이다. 이렇게 외치는 한쪽에서는 북한을 연구할 만한 곳이 점점 사라진다는 게 2011년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니 부끄럽기까지 하다.

다행히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북한학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실태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은 도둑처럼 찾아 온다고 했다.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해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snow0@seoul.co.kr
2011-10-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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