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용한 외교’의 적들은 누구인가/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기고] ‘조용한 외교’의 적들은 누구인가/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입력 2011-08-18 00:00
수정 201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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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6주년을 맞은 광복절을 전후로 민족주의에 편승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독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일본 내에서 존재감을 잃은 몇몇 극우 정치인들의 울릉도 방문 소동, 이에 맞서 독도를 방문해 총 들고 보초 서는 우리의 쇼맨십 정치인, 이들이 바로 ‘조용한 외교’(silent diplomacy)의 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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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지상욱 자유선진당 전 대변인
최근들어 특히 독도 문제와 관련해 ‘조용한 외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에게 먼저 묻고 싶다. 언제 우리가 ‘조용한 외교’를 제대로 했는지를. ‘조용한 외교’는 어떤 상황에서도 말없이 입 다물고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 외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조용한 외교’는 고도의 소프트 외교를 말한다. 폭력적인 갈등과 충돌을 미연에 예방하고자 협상과 협력을 위한 외교적 환경을 조성하는 사전적·예방적 외교이다.

집안에 쥐가 들끓으면 쥐를 잡겠다고 고양이를 사서 풀어 놓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쥐는 사라지지 않고 고양이와 개가 싸우며 집안을 시끄럽게만 하고 있다. 쥐를 잡으려면 먼저 집안의 개를 치웠어야 했는데 집주인은 쥐만 생각하고 고양이를 개집 옆에 두고 키웠던 것이다. ‘조용한 외교’는 ‘실리 외교’(effective diplomacy)를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고 실리적 효과를 최대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영토와 역사와 관련한 우리의 외교를 보면 조용하지도, 실리적이지도 않은 것 같다. 독도, 역사교과서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어도 영유권, 동북공정 문제를 둘러싼 외교와 정치의 관심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중국의 황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굴욕에 가까울 정도로 침묵하면서, 일본의 치졸한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가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왜 그럴까? 광복 이후 우리 역사가 그렇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으로 변질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용한 외교’의 실천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안으로는 힘을 키우고 밖으로는 실리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분열된 우리의 역사인식을 통합하고 한류와 같은 소프트 파워를 키워서 정부 간 실리외교를 떠받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은 민주정치를 하는 나라들이다. 그 나라 국민의 인식과 판단에 의해 정치가 움직인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일본의 극우 인사들이 정치에 발을 못 붙이도록 일본 국민의 인식 전환에 우리의 소프트 파워가 영향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밑에서부터 펼치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조용한 외교’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민사회와도 손을 잡고 양국 간 시민사회 관계 형성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일본 국민의 인식이 바뀌면 일본 정치, 외교도 바뀌게 된다. 비록 시간, 노력, 돈이 많이 들지만 이것만이 자칫 발생할지도 모르는 무력충돌을 막을 수 있다. 우리 안에서도 치열한 감시와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극우와 민족주의의 경계에서 정치적 단물을 빨아먹는 정치와 외교를 경계하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실로 추구해야 할 것은 국민의 정서에 호소하는 정치적·이념적 외교를 멀리하고, 우리가 가진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아서 그것을 최대한 국익에 활용하는 지혜라고 본다.
2011-08-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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