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우리들/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우리들/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입력 2011-04-25 00:00
수정 2011-04-2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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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고토 노부유키 홍익대 교양외국어학부 교수
일본인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화산 분화, 지진, 해일과 함께 살아왔다. 앞으로도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지진이나 해일과 함께 살아가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은 태평양 판, 북미 판, 필리핀해 판, 유라시아 판이라고 하는 지구상의 광대한 판이 서로 겹치는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다. 그 국토는 무수한 활단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한 국토의 해안선을 따라 원자력발전소가 54기나 세워져 있다. 이것이 미친 짓이라는 것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원자력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은 1980년대부터 진행되어 왔다. 1995년에 발생한 한신 대지진 직후에도 지진에 의한 원전사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언론인이나 양심적인 지식인이 경고해 오던 바였다. 그러나 그러한 시민운동이나 경고는 NHK를 비롯한 매스컴으로부터 거의 무시돼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 정권 시절의 ‘매수된 전문가’들이 선전하는 원전의 안전성에 속아 그 위험성에 대해 무식한 상태에 놓여져 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국경을 넘어 대기와 해양 모두 방사능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 육상이나 해양, 하천에서 풀에 들러붙거나 해수에 감도는 방사성물질은 벌레나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생물에 흡수되며, 그 벌레나 플랑크톤은 새나 물고기 등에게 먹히는 ‘먹이사슬’의 사이클에 들어간다. 이러한 먹이사슬의 사이클을 통하여 방사성물질이 수천배, 수만배로 농축되어 간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우리 인간은 먹이사슬의 상층부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방사성물질이 농축된 우유나 계란, 참치를 먹게 된다. 일본이나 한국의 각 지역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실제로 건강 피해의 위험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안전성을 판단하기 위한 충분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기준조차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의한 건강 피해의 과소평가에 근거하여 설정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건강 피해는 2015년 이후 밝혀질 것으로 생각된다. 방사성물질 피폭에 의한 암이나 백혈병의 발증(發症)은 4~5년 걸려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약 원전 사고로 일본이 망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세계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일본의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일어나는 원전 사고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변 국가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 보장’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나 중국 정부가 일본의 원자력 정책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은 결코 ‘내정 간섭’이라고 할 수 없다. 사고 규모나 풍향에 따라서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은 언제 또다시 대지진이 원전을 덮칠지 모르는 지리적 위치에 놓여 있다.

한국정부는 일본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를 모두 즉각 정지하도록 일본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일본 국민이 그 문제점을 간파하여 원자로 가동을 정지시킬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보도통제가 이어져 온 일본의 매스컴 환경 하에서, 더구나 상당수의 국민이 정치적으로 노예화된 일본 국민은 이번에 발생한 원전 사고를 목격하면서도 사태를 정확히 깨닫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불식시킬 수 없다.

일본의 모든 원자로를 정지했다고 해서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자로를 정지시킨 후에는 다량의 사용후 핵연료나 방사성 폐기물이 남아 반영구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 있는 모든 원자로의 정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대한의 수습 방안은 될 것이다.
2011-04-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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