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적재조사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성봉경 변호사

[기고] ‘지적재조사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성봉경 변호사

입력 2011-03-21 00:00
수정 201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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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터규모 진도 9.0의 강진으로 일본 본토가 2.4m나 밀렸다고 한다. 측량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각활동으로 측량기준점이 바뀌면 토지의 위치는 그만큼 달라진다. 넓이나 모양에도 변형이 생길 수 있다. 재산권 행사를 둘러싸고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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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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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지진의 안전지대인 우리나라도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땅을 측량하는 기준점으로 도쿄 원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점이 이동하면 원점에서 따온 국내 측량기준점도 달라지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100년 전인 1910년대에 일제가 설치한 도쿄 원점과 국제 표준인 세계측지계 좌표 사이에 464m의 측량 오차를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국토의 위치가 국제표준에서 그만큼 벗어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연유로 개개인의 토지들도 지적도상의 위치와 면적이 실제와 다른 지역이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와 도면이 일치하지 않은 지역을 전문용어로 ‘지적불부합지’라고 하는데, 현재 이런 지역이 나타난 것만도 국토의 약 15%로 추정되고 있다. 잠재된 지역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불부합지 문제는 실제 토지 관련 소송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시내의 중심지 토지뿐만 아니라 오지의 임야에서도 발견된다. 불부합지는 연쇄반응 현상이 있기에, 예컨대 바닷가에 있는 어떤 토지는 종국에는 바닷물 속에 잠기는 토지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과거 종이로 작성된 도면의 훼손·마모, 측량기준점의 망실, 국토의 변형 등은 지적 관리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종국에는 사회적 분쟁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대적인 측량기법으로 지적 재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미 시범지역을 지정해 지적 재조사를 실시한 내용을 여러모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전국적인 지적 재조사를 위한 ‘지적 재조사특별법(안)’ 제정을 마련 중이며, 이 특별법 제정안을 검토하고자 각계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왜 굳이 특별법을 제정하여야 하는가? 이는 현행법으로는 전면적인 지적 재조사사업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시행되고 있는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은 제65조에서 “국토해양부장관은 토지의 효율적 관리 등을 위하여 지적 재조사 사업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지적 재조사 사업에 대한 사전 정책수립부터 사후 분쟁해결 절차 등에 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

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적 재조사 특별법 (제정안)’은 지적 재조사 사업의 기본계획 수립·실시, 경계의 확정, 조정금의 산정, 새로운 지적공부의 작성, 각종 위원회의 설치, 조세감면 등 수많은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즉, 이는 전면적인 조사 및 이로 말미암은 분쟁의 조정 등 반드시 필요한 규정을 갖춘 것이고, 사전의 철저한 준비부터 사후의 합리적인 해결에 이르는 체계적인 법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 국토에 대한 지적 재조사 사업은 현행법으로는 불가하다.
2011-03-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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