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정전됐으면…” 주식 투자자들 망연자실

“이런 날 정전됐으면…” 주식 투자자들 망연자실

입력 2011-09-23 00:00
수정 2011-09-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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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눈물 난다. 바닥이 없다” 탄식ㆍ절규 쏟아져

”이런 날 정전돼서 휴장 되면 한전이 칭찬받을 텐데…”

23일 주가가 폭락하자 한 포털사이트 증권 게시판에는 투자자들의 탄식과 한탄, 절망, 공포 등이 담긴 글이 쏟아졌다.

정전으로 주식시장이 멈추는 대형 사고를 바랄 정도로 상당수 투자자는 이날 주가 폭락으로 치명적인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바닥이 없다”는 체념부터 “심리적으로는 코스피 1,500이 붕괴됐다”는 절규까지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렸다.

최근 계속된 금융시장의 불안과 코스피 하락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믿었다가 이날 주가가 폭락하는 날벼락을 맞은 탓이다.

코스피 1,700선이 무너진 이날 끝없이 추락하는 주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검은 금요일’은 장 시작 전에 이미 예고됐다.

유럽 은행들이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상황을 보였고,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꼽히는 중국의 경제지표마저 부실하게 나타나 간밤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가 폭락한 것이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국내 증시 개장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의 얼굴은 점점 잿빛으로 변했다.

이날 3.56% 내린 1,736.38로 개장한 코스피는 낙폭을 키워 1,700선에서 아슬아슬한 흐름을 보였다. 장중 5% 이상 급락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기 하방 경고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 등이 폭락장을 이끌었다. 전날 하락분을 포함하면 이틀간 150포인트 이상 빠졌다.

오후 들어 한때 낙폭을 줄이는 듯하던 지수는 장 막판에 다시 맥없이 무너졌다. 바닥이라고 믿었던 코스피 1,700선이 붕괴가 임박하자 투자자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결국 장 종료를 10분 앞둔 동시호가 직전에 코스피 1,700이 무너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 은행 8곳의 장기 신용등급을 두 단계씩 강등했다는 소식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5% 이상 폭락에 이미 넋이 반쯤 나가 있던 투자자들은 마지막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700선마저 무너지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

‘백약이 무효’라는 위기의식만 팽배해졌다. 희망을 암시하는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암흑천지가 됐다.

각국의 정책 대응도 이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나락을 걱정하는 처지가 되자 인터넷 공간에는 투자들의 비명이 쏟아졌다.

증권전문 포털사이트 팍스넷 게시판에서 한 투자자는 “이제는 그 어떤 호재도 과연 긍정적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답습한다”고 공포감을 드러내며 “부디 한 번만이라도 대외 악재에 대한 강력한 내성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른 투자자는 “나름 신중히 생각한다고 했는데 순간 혹해서 샀다가 망했다. 눈물난다”고 한탄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온종일 주식 폭락을 걱정하는 글이 도배질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먼동이라도 터오는 게 보여야 할 텐데 개미들의 피해가 걱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사용자는 제일2저축은행장이 투신자살 소식을 언급하며 “주식 폭락으로 자살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돈이 뭔지 안타깝다”고 적었다.

각 증권사 영업장의 분위기도 싸늘하게 식었다.

지수 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은 증권사 지점에 대응 방법과 전망을 물었지만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상태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8월 이후 수차례 나타난 급락에 투자자들이 많이 지쳐서 매매 방향에 대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며 “저가 매수에 대한 여력이나 의지도 많이 낮아져 대부분 관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반면에 이날 폭락을 전화위복으로 삼으려는 공격적인 성향의 개미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8월초와 달리 하락장세가 어느 정도 예측된 상황이어서 고객들의 항의 전화나 방문이 당시처럼 많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몇몇 고객은 분할 매수를 시작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날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천억원 가까운 순매수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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