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빗장에 국내 항공사 5조 증발… 여행·면세업계 등 ‘폐업 위기’

日빗장에 국내 항공사 5조 증발… 여행·면세업계 등 ‘폐업 위기’

오경진 기자
입력 2020-03-08 23:12
수정 2020-03-0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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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탄’ 맞은 산업계… 파장 커질 듯

아시아나 30년 만에 日노선 전면 중단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도 운항 안해
여행업계 “수요 공백 더 길어질까 우려”
원재료 日수입 비중 큰 화학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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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네다 공항 ‘썰렁’
일본 하네다 공항 ‘썰렁’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으로 연결되는 항공편의 이용을 오는 9일부터 사실상 금지키로 한 하네다공항 출국장의 8일 오후 전경.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중국 본토로 가는 항공편은 대부분 운항을 중단한 데다가 여행객이 줄어들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3.8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3대 교역국인 일본까지 우리나라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국내 산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머지 업종으로도 파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일본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면서 아시아나항공은 9일부터 이달 말까지 모든 일본 노선의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일본에 취항한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 노선만 총 9개 운항하는 대한항공도 9일부터 28일까지 인천~나리타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에서는 비행기를 띄우지 않기로 했다.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일본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지난해 ‘보이콧 재팬’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했던 항공업계는 일본 노선이 아예 중단되면서 고사 위기에 몰렸다. 지난달 국제선 운송실적 기준으로 추산했을 때 올 상반기까지 국내 항공사들의 매출은 전년보다 최소 5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인 관광객이 전체 인바운드(한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여행업계도 ‘폐업 위기’에 몰렸다. 지난달 전체 관광객 수가 전년 2월 대비 84.8%가 줄어든 하나투어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이미 대부분의 수요가 사라져서 이번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로 영향을 받을 수요가 사실상 없다”면서 “다만 양국 간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면 수요 공백 기간이 더 길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수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폭 줄어든 가운데 일본 여행 수요마저 더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화장품업계도 일본 브랜드 사업을 하는 유통사 등에 피해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원재료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기업들이 많은 화학업계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이 ‘집중관리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수출 제한 조치를 한 159개 품목 중 화학 분야가 40여개로 가장 많다. 자칫 여기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데, 입국 제한 조치로 일본 출장길이 막히면 긴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자동차업계는 당장 커다란 어려움은 없지만 일본과의 인적 교류가 막히면 장기적으로 기술 교류, 영업, 마케팅 등 업무 전 범위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입국 제한 조치가 취해진 국가는 물론이고 입국 제한이 없다 해도 해외 기업들이 대면 미팅 자체를 원하지 않으니 사업 협력, 계약 논의 등이 올스톱돼 기업 활동 여건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20-03-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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