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셋값에 전세대출 88% 급증… 가계부채 새 ‘뇌관’

미친 전셋값에 전세대출 88% 급증… 가계부채 새 ‘뇌관’

입력 2013-08-14 00:00
업데이트 2013-08-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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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5.6% 증가 ‘극과 극’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1월 4조 9138억원에서 올 7월 9조 2435억원으로 88.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198조 1110억원에서 209조 2480억원으로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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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 정보 사이트 ‘알리지’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7월 들어 그 폭이 커졌다. 전국을 기준으로 6월까지만 해도 전 주 대비 0.1% 이하였던 상승률은 7월 들어 0.2%까지 치솟았다. 특히 서울은 7월 셋째주 전세가격이 0.25%나 오르기도 했다.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대출도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잔액이 국민은행 1조 7732억원, 신한은행 3조 2649억원, 우리은행 2조 261억원, 하나은행 2조 179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전세 수요는 많아지는데 은행이 전세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어 대출 자격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과거에는 수천만원대에 불과했던 전세대출액이 요즘은 건당 1억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만 해도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꺼렸지만, 요즘은 전세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용인하는 분위기다. 회사원 이모(33)씨는 지난해 결혼하면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1억 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구하면서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신혼부부 대출상품이라 금리도 저렴해 당시 4.0%에서 1년 만에 3.3%로 내렸다. 이씨는 “집주인도 ‘요즘에 대출 안 받으면 전세 못 구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빚을 내는 걸 전혀 꺼리지 않았다”면서 “신혼부부 상품이라 금리도 낮아 이자만 매달 11만원씩 내면 돼 전혀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대출이 늘면서 높은 금리에 신음하는 사람도 많다. 저금리 기조로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연 3%대인 것에 비해 전세대출은 4%가 대부분이다. 5%대도 많다. 회사원 김모(41)씨는 최근 분당에 3억원짜리 전세를 구하면서 전세대출을 7000만원 받았다. 김씨는 “이자가 연 4.7%로 높아 부담되지만 전세가격이 치솟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이 급증할 경우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639조원이었던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지난 5월까지 659조원으로 3.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비슷한 기간 전세대출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보증금’을 담보로 하는 만큼 은행-세입자-집주인 관계가 얽혀 있어 각종 변수가 많다”면서 “세입자가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데 집값까지 하락하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대출 자체가 불안정하다”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자금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8-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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