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서울엔 버스, 뉴욕엔 전광판

[단독]“나는 공매도가 싫어요” 서울엔 버스, 뉴욕엔 전광판

윤연정 기자
입력 2021-01-31 08:42
수정 2021-01-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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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연, 내일부터 ‘공매도 폐지’ 홍보버스 운영
국회·금감원·금융위·청와대 왕복 운행 예정
정부, 기관·전문가 우려 속 ‘3개월 연장’ 만지작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엔 ‘게임스톱 지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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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오는 1일부터 운행예정인 ‘공매도 재개 반대’ 홍보 버스의 이미지 한투연 제공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오는 1일부터 운행예정인 ‘공매도 재개 반대’ 홍보 버스의 이미지
한투연 제공
공매도에 맞서려는 국내외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점점 조직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여부를 두고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광고비를 모아 여론전에 나선다. 또 공매도를 한 헤지펀드(소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고수익을 노리는 펀드)에 반발해 ‘게임스톱 반란’을 벌이는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뉴욕과 오클라호마시티 등 주요 도시 전광판에 자신의 입장을 담은 문구를 내보내며 위세를 뽐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단체 “완벽 정비 없이 재개하면 개인이 피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내일(2월 1일)부터 3월 5일까지 홍보용 버스에 ‘공매도 폐지’와 ‘금융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부착해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를 오가며 운행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이 버스는 여의도의 국회의사당과 금융감독원, 주요 증권사를 지나 서울 종로구의 금융위원회와 청와대까지 왕복한다. 공휴일을 빼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한투연은 “문제가 많은 공매도 제도의 재개를 반대하는 입장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려고 회원의 회비로 버스광고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탓에 코스피가 급락하던 지난해 3월 16일부터 6개월간 금지된 공매도 제도는 애초 지난해 9월 재개 예정이었으나 한차례 더 연기돼 오는 3월 16일 재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 속에 여당에서도 “공매도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3개월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오는 3월 공매도를 재개하면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일시에 투하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막심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완벽히 정비되지 않은 불법 공매도 적발시스템이 개인 피해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기에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차원에서 버스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20만명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동의 인원이 20만명을 넘기면 정부는 청원 내용에 대한 입장을 답해야 한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28일 우리 정부와의 연례협의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고, 경제도 회복 중이라 공매도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학계에서도 공매도가 주가 낀 거품을 일찌감치 제거해 변동성을 줄여주는 장점 등이 있다며 제도 를 예정대로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로 내고 있다.

●미국엔 ‘우리는 게임스톱 안 떠나’ 전광판 등장

미국에서는 ‘게임스톱 사태’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임스톱은 미국 전역에 있는 비디오 게임 소매점 체인이다. 이 회사가 헤지펀드의 공매도 타깃이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의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 이용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세력에 맞서자”는 목소리가 나오며 주식을 대거 사들였고, 주가가 급등했다. 그 사이 하락에 배팅했던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게임스톱 관련 광고 문구 월스트리트베츠 캡처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등장한 게임스톱 관련 광고 문구
월스트리트베츠 캡처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9일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GME GO BRRR’라는 광고를 내보내며 게임스톱 주식 매수를 독려했다. GME는 게임스톱의 티커(주식시장에 등록된 약자)이고, ‘BRRR’은 돈 찍는 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인터넷 밈(모방을 통해 번지는 콘텐츠)으로 자주 사용된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 광고는 레딧 이용자인 디지털 광고 제작자 마테이 프사타(29)가 걸었다. 그는 “광고판을 회사로부터 1시간만 구입했기에 18달러 밖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오클라호마시티의 한 전광판에도 ‘We‘re Not Leaving! GME’(우리는 떠나지 않을거야! GME)라는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는 게임스톱 주식 매수 인증샷이 올라오는 등 지속적으로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게임스톱 사태로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20.74포인트(2.03%) 떨어진 2만 9982.62에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3만 선을 내준 것은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한 달 반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73.14포인트(1.93%) 내린 3,714.24에,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66.46포인트(2.00%) 내린 13,070.69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게임스톱 주식 등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들이 다른 보유 주식들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는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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