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J ‘민유성 사단’, 변호사 자문료로 투입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과 그룹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이후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과 언론 홍보전 등에만 최소 50억원이 넘는 사재를 털었다.한달 약 10억원씩 사용한 셈으로, 대부분 민유성 고문 등 SDJ코퍼레이션 소속 측근들과 변호사들의 인건비로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DJ코퍼레이션(회사명 에스디제이)은 지난 25일 신동주 전 부회장 개인으로부터 11억4천만원을 추가로 차입했다고 밝혔다.
명목은 회사 운영자금, 이자율은 0%이며 상환 기일은 2018년 11월 9일까지다.
SDJ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경영권 탈환’ 활동을 펼치기 위해 자신 이름의 앞글자를 따 세운 회사로, 신 전 부회장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작년 11월 9일 SDJ 이사회가 3억원의 차입을 의결한 이후, 지금까지 SDJ는 네 차례에 걸쳐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부터 모두 50억4천만원의 운영자금을 빌린 상태다.
등기상 SDJ의 업종은 전자·생활제품 무역업·도소매 등으로 기재돼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닌 SDJ로서는 재원을 전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 개인 재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신 전 부회장의 사재로 마련된 운영비의 대부분은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지출된다.
SDJ측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과 관련, SDJ는 현재 사모투자펀드회사 ‘나무코프’와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고 있다. 이 나무코프의 회장은 SDJ 고문을 맡고 있는 민유성 전 산은지주 회장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돈이 민 고문과 그의 회사 직원들에게 꼬박꼬박 자문료로서 건네지고 있다는 얘기다.
민 고문를 제외하고, 정혜원 상무와 지난해 11월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권종순 전무 등 SDJ 소속 임직원 7명은 직접 SDJ로부터 월급을 받는다.
특이한 사실은 이들 SDJ 인사들 모두 민유성 고문과 직장 경력과 학연 등으로 얽힌 측근들이라는 점이다.
정 상무는 산업은행 홍보팀 출신으로, 산은지주 회장 출신인 민 고문이 영입했고 서강대 경제학과 74학번인 권종순 비서실장은 같은 학교 같은 학번 경영학과 출신 민유성 고문과 동기이다.
아울러 SDJ 경비의 상당 부분은 법률자문료로 지출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동생 신동빈 회장과 롯데 계열사 등을 상대로 무려 8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 소송 업무는 법무법인 ‘양헌’과 ‘두우’가 나눠 맡는데 각 법무법인의 김수창, 조문현 대표 변호사와 다수 변호사가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만큼 수임료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수창, 조문현 변호사 역시 민 고문과는 ‘경기고 동창’이라는 인연이 있다.
결국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와중에 매달 수 억원을 ‘민유성 사단’ 인사들에게 자문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 SDJ는 현재 웨버샌드윅에 홍보대행 업무를 맡기고 있고, 서울 종로구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그랑서울 빌딩에 사무실을 빌려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목돈이 계속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돈으로 경영권 분쟁을 치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앞서 소송 과정 등에서 여러 차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앞세운 바 있지만, 작년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법정 대리인) 지정이 신청된 이후로는 신 총괄회장의 개인 재산 등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민유성 고문이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소 3년간은 경영권 분쟁이 더 지속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SDJ가 이미 5개월새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부터 50억원을 빌렸으니 앞으로 신 전 부회장이 최소 300억원은 더 사재를 털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유 주식 등 신 전 부회장의 자산이 많기는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아니었으면 엉뚱한 제 3자에게 쓰지 않고 아낄 수 있었던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