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호칭파괴’ 효시는 CJ…“이재현 님”

재계 ‘호칭파괴’ 효시는 CJ…“이재현 님”

입력 2016-03-27 10:23
수정 2016-03-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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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면서 ‘님’과 같은 수평적 호칭을 쓰기로 하는 등 재계에 ‘호칭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프로’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담당’으로 직원 호칭을 바꿨다. 제일기획은 앞서 지난 2010년부터 전 직원을 ‘프로’로 부르고 있다.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대기업 호칭 제도 변화의 ‘효시’는 CJ그룹이다.

CJ는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0년 1월 ‘님’ 호칭 제도를 도입했다.

사내에서 부장, 과장, 대리 등의 직급 호칭을 버리고 전 임직원은 상·하급자의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기로 했다.

CJ그룹은 심지어 공식석상에서 이재현 회장을 호칭할 때도 ‘이재현 님’으로 부른다.

이 회장은 ‘님’ 문화가 임직원들에게 빠르게 정착될 수 있게 하려고 도입 당시 ‘이재현 님’으로 호칭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CJ그룹의 사내 인트라넷에는 ‘이재현님 대화방’이라는 코너가 있다. 직원들이 이 회장에게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기업간 생존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였던 2000년 CJ은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님’ 호칭 제도를 시행했다.

CJ그룹 관계자는 “반세기 동안 식품사업을 해온 CJ는 ‘님’ 호칭 제도를 도입해 회사 내 의사소통을 더 자유롭게 바꾸고자 했다”며 “직장 내 선후배가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이끌어 내고 젊거나 직급이 낮은 사람의 생각도 빛을 발할 기회가 되리라 기대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민망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님’ 문화가 자리 잡은 최근에도 신입사원이나 외부에서 온 경력사원들이 처음에 어색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동안’ 직원들이나 직급이 상승한 직원들이 간혹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불만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 전반에 ‘님’ 문화가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적응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는 게 CJ 측 설명이다.

CJ는 이러한 창조성이 강조되는 조직 문화의 변화가 그룹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자평하고 있다.

‘님’ 호칭 제도를 통해 이룬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사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CJ 관계자는 “CJ가 기존 사업과 판이하게 성격이 다른 신규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하고 이를 발판으로 좋은 목표에 달성할 수 있었던 과정에 ‘님’ 호칭을 통한 창의적 조직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 사업이 주력이었던 CJ는 2000년 CJ오쇼핑을 인수하며 신유통 사업에 진출했고, 2003년에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을 강화하며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성장에 ‘님’ 호칭 제도도 한몫했다는 게 CJ 임직원들의 생각이다.

CJ그룹 직원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며 “호칭이 벽을 무너뜨리고 발언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에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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