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한장 없는 전세계약…인사나누고 서명까지 20분

종이한장 없는 전세계약…인사나누고 서명까지 20분

입력 2016-02-24 15:31
업데이트 2016-02-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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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휴대전화 등으로 2∼3차례 본인 인증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경기도 용인시에 아파트를 소유한 백모(48)씨와 세입자 김모(46)씨가 전세계약을 2년 연장했다.

백씨와 김씨가 만나 악수하고 전세계약에 서명하고서 웃으며 헤어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0여분 남짓. 두 사람이 웃은 이유는 전세계약이 순조롭게 끝났을 뿐 아니라 여태까지 계약을 맺을 때와는 많이 다르고 특이했기 때문이다.

이날 전세계약은 국내 최초로 이뤄진 부동산 전자계약이었다. 보증금 3억7천만원의 전세계약을 맺는데 종이계약서는 한 장도 볼 수 없으니 백씨와 김씨는 편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색해 웃음을 지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작년부터 ‘부동산거래 통합지원시스템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통합지원시스템의 핵심은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이다.

백씨와 김씨의 계약은 계약을 중개한 조관호 공인중개사의 ‘본인인증’으로 시작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일하면 당연히 공인중개사라고 여기고 별다른 신분 확인 없이 계약을 맡기는 여느 부동산 계약과 달랐다.

계약을 시작하기에 앞서 조 중개사는 작은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꺼냈다.

자신의 PC에 USB를 꽂은 조 중개사는 USB에 저장된 공인인증서로 본인 인증을 하고서야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에 로그인할 수 있었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 신분확인이 가능한 전자계약이 확산하면 무자격자가 부동산을 중개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은 공인중개사가 처분 사실을 숨기고 계약을 중개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본인 확인이 끝나자 조 중개사는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 첫 화면에서 ‘임대차계약서 작성’ 메뉴를 클릭했다.

화면에는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위한 양식이 떠올랐다. 양식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회원 가입할 때 제시되는 양식과 비슷했다.

보증금 등 계약내용과 임대인·임차인의 정보를 능숙하게 채운 조 중개사는 이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양식도 채우기 시작했다.

세입자인 김씨에게 전세계약 대상인 아파트의 입지조건을 알려주며 설명서를 작성한 조 중개사는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마치고자 완료 버튼을 클릭했으나 화면이 넘어가지 않았다.

시스템 오류는 아니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중개대상물에 주차장이 있는지 꼭 표시하게 돼 있는데 조 중개사가 이를 체크하지 않아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서나 설명서의 기재 사항을 실수로 빠뜨려 과태료 처분을 받는 공인중개사가 종종 있었다”면서 “전자계약으로 이런 실수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중개사가 작성한 계약서는 백씨와 김씨 앞에 놓인 태블릿PC로 전송됐다. 두 사람은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서명하기 위해 태블릿PC 화면에서 ‘휴대전화 본인인증’ 버튼을 눌렀다.

휴대전화 본인인증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로 결제할 때처럼 본인 명의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번호에 인증번호가 문자메시지로 전송되는 방식이었다.

다만 전화번호를 입력하기 전에 공인중개사의 증명사진이 태블릿PC 화면에 먼저 떴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실제 공인중개사가 맞는지 거래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휴대전화 본인인증 이후에는 거래당사자의 신분증을 촬영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지문 서명도 이뤄졌다. 신분증 촬영과 지문 서명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거래당사자가 원하면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백씨와 김씨가 태블릿PC로 서명을 마치면서 국내 첫 부동산 전자계약은 약 20분만에 순조롭게 끝났다. 계약이 끝나고 5분이 지나자 세입자 김씨의 휴대전화에는 확정일자가 부여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기존에는 확정일자를 받으려면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했어야 하는데 국토부와 법무부가 협의해 임대차계약이 전자계약으로 체결되면 그 사실이 주민센터에 온라인으로 전송되고 주민센터에서는 바로 확정일자를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날 부여된 확정일자는 추후 관련 법령이 개정돼야 효력을 갖게 된다.

김씨는 “공인중개사가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주민센터를 찾지 않아도 계약서에 확정일자가 찍히고 문자메시지로 바로 통보가 돼 편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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