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사이에 낀 적합업종 제도…실효성 논란 여전

대-중소기업 사이에 낀 적합업종 제도…실효성 논란 여전

입력 2016-02-23 11:22
수정 2016-02-2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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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업 등 8개 업종의 적합업종 합의기간이 연장됐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합업종 제도를 아예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산업발전을 위해 오히려 축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특정 업종에서 3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막는 ‘적합업종 제도’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73개 업종이 지정됐고 올해 시한이 만료되는 18개 업종 가운데 동반위가 이날 제과점업을 비롯한 7개 업종에 대한 권고를 연장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동반위 ‘권고’ 수준을 넘어 아예 정부가 적합업종을 법으로 명시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달 여의도에서 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기 적합업종 법제화가 중기앙회의 올해 중점 추진 사업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일부 대기업이 상생 의지가 미흡한데다 언론을 이용해 제도의 부작용 등을 강조하며 실효성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기중앙회는 적합업종 합의절차와 권고사항 이행 근거를 대·중소기업 상생혁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고,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은 당시 “완전하고 공정한 시장경제에서는 필요없지만 불공정한 시장에서는 적합업종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재벌 2·3·4세 기업들이 중기 업종으로 침투하고 있기 때문에 생계형 자영업이 많은 업종만이라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적합업종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서비스업의 경우 적합업종 제도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하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려면 제도를 더 보완해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산업계에서는 적합업종 제도를 축소해야 하며 법제화 역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내 시장 규모를 축소하고, 그 사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3년 전 적합업종이 된 제과점업 부문의 상황을 살펴보면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의 2014년 당기순이익은 약 538억원으로 한 해 사이 20%가량 급감했다.

그 사이 프랑스의 피에르에르메, 미국의 주니어스 치즈케익, 일본의 핫삐돌체 등 외국계 베이커리 브랜드는 백화점과 호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가로수길과 홍대 등에 속속 둥지를 틀었다.

최근 일부 동네 빵집의 약진이 언론에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적합업종 제도보다는 국외여행이 늘고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문화가 일반화하면서 획일적인 프랜차이즈 빵집 제품보다는 개성있는 동네 빵집 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종도 사정은 비슷하다.

적합업종 지정 후 끊임없는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동반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소 MRO 업체 15곳 가운데 11곳의 매출이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은 기간에 정체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적합업종 제도를 강화할 경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2006년 폐지된 ‘고유업종 제도’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적합업종 제도를 법제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 제도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책담당자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펴낸 중소유통 지원 효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적합업종이 지역경제 활성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중앙정부부처 89곳의 정책담당자 8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자체 23곳의 정책담당자의 경우 59%만 도움이 된다고 밝혀 견해차가 22%포인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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