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중복·유사업무 통폐합한다

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중복·유사업무 통폐합한다

입력 2014-11-09 00:00
수정 2014-11-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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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개 중기 지원사업·30개 고용·복지기관도 구조조정

정부가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공기관 간 중복되는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통폐합한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 기관과 고용·복지 관련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사업과 기능도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해 공공부문에 구조조정 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9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 개혁을 시작으로 노동·금융·교육·서비스 등 총 5개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해외자원개발, 중소기업, 고용·복지 등 3개 분야 공공기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기존에 해외 투자를 하던 공공기관들의 현황과 성과 등을 바탕으로 유사·중복 부분을 없애고 개별 기관의 전문성에 맞춰 전반적인 기능을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지난 이명박(MB)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 과제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 및 발전자회사 등 공공기관이 주축이 돼 추진해왔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입한 돈은 43조원에 이른다. 1977년부터 한국이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총투자금액(57조원)의 75%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한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고 일부 사업은 수천억원의 손실만 남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무분별한 해외 투자 기능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기관별 사업현황과 내용, 성과를 분석한 뒤 기관별 유사·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기관 내 사업조직과 인력, 기능을 재배치하는 방식의 통폐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관별 협의체를 구성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자원개발사업을 거르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이외에 중소기업 지원, 고용·복지 분야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이 14개 부처 200개로 쪼개져 있어 산하 공공기관별로도 겹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유사·중복 사업을 걸러내 효율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코트라, 무역협회, 수출지원센터 등 여러 기관이 무역투자정보를 중복해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유용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업의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이나 해외 현지거점 사무소 확보 사업도 각 기관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예산낭비 소지가 있다. 지난해 해외전시회 지원 예산은 중소기업청 499억원, 코트라 246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 17억원 등이다.

30여개에 달하는 고용·복지분야 공공기관의 기능 역시 조정대상이다.

정부는 취업 지원과 복지서비스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고용·복지서비스공단’을 신설하고, 다른 기관의 유사 기능은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공단의 보험 체납금액 추징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등 민간 협업 체제 구축 등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기능 조정이 꼭 필요한 것으로 지목됐던 정보화 분야 공공기관의 경우 지난 5월 기능 조정 방안이 이미 발표됐다.

정부는 정보화·해외자원개발·중소기업 지원·고용복지 등 4개 분야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에 착수하면서 동시에 내년에 추진할 공공기관 전반의 기능 점검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민에게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유지하되, 공공성은 있지만 경쟁이 필요한 분야는 기업 분할이나 자회사 신설 등을 통해 기관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민간부문과 경합하거나 공적 필요성이 감소한 기관은 시장성 검토를 거쳐 비핵심사업 처분 등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카지노업, 건설관리공사의 감리업 등이 주요 대상이다.

공공기관에 회생·파산 절차를 도입해 부적격 공공기관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공공기관이 들어가 사업을 과도하게 늘리고 예산을 낭비하며 조직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통폐합 등으로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무조건 징벌적 형태로 가기보다 효율화, 합리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 조정 등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노동, 금융, 교육, 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런 방침은 정부가 이달 말께 발표할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도 비중 있게 담길 예정이다. 이는 정부 경제 정책의 중심이 기존의 부양에서 구조개혁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고 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보신주의 금융’을 타파하는 등 체질 개선 정책을 추진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비스업 규제 완화와 진입 장벽 해소 등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도 높게 추진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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