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T 담당자들 “국민銀 전산교체 내분사태 이해 안된다”

은행 IT 담당자들 “국민銀 전산교체 내분사태 이해 안된다”

입력 2014-05-27 00:00
수정 2014-05-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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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KB금융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 정보기술(IT) 부서 담당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주기를 앞당겨 대대적인 시스템 교체를 감행한 것은 비용 측면에서 무리가 있고 내부갈등을 외부로 표출시켜 감독당국 조사까지 불러온 점, 최고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한 사안을 뒤집으려고 한 점 등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IT부서 담당자들은 KB금융의 전산교체 갈등 사태를 지켜보며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먼저 국민은행이 전산시스템 교체한 지 5년 되는 시점에서 운영체제(OS)와 장비를 모두 바꾸려 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통상 10년 주기로 전산시스템을 재구축 하는데, 5년 만에 많은 돈을 들여 유닉스(UNIX) 기반 시스템으로 바꾸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의아했다”며 “응용 프로그램을 자동전환해 쓴다지만 많은 검증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는 “5년 만에 바꾸는 것은 교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며 “통상 메인프레임 시스템은 구축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 번 교체하면 10년은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한국IBM과의 계약을 통해 2009년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업그레이드하는 ‘차세대 시스템’의 개발을 마친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전산 교체 사업은 IBM과 계약을 연장했을 때 어차피 들여야 할 예산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며 “10년 주기로 하는 ‘차세대 시스템’ 사업과 비교하면 비용이 절반 정도밖에 들지 않아 양자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 유닉스 체제로 전환하든 5년 후 바꾸든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교체한다면 전환비용은 어차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 전환하면 5년 후에도 장비를 재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 IT 부서 담당자들은 경영진과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한 의사결정 사항을 뒤집으려 한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 전산시스템 교체에는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숱한 갈등과 격론, 검증 작업이 벌어지는 일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를 외부로 표출하고 금융감독원 개입까지 불러일으킨 것은 정상적인 조직에서라면 벌어질 수 없는 사태라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C은행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개편 때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정한 사안을 뒤집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마치면 그 간의 갈등은 표출이 안 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조직관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사태 발단에 책임이 있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사회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진실하지 않은 점이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며 “지금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감독당국에 보고서가 올라가면 문제가 제기될 만한 부분이 발견돼 이를 보고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배경과 관련해 관련 업체의 로비나 리베이트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은행 전산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E은행 관계자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뒷돈을 받았다고 한다면 업계에서 금방 소문이 난다”며 “일부 사업자가 혜택을 볼 수도 있으나 그것만으로 로비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국민은행 전산교체를 둘러싼 내홍은 IBM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중 어느 편이 더 나은지에 관한 판단과는 무관하게 KB 내부의 갈등 해결능력 부재에서 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유닉스가 성능 측면에서 메인프레임의 대안이 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뭘 쓰느냐보다는 어떻게 적절히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며 “해결 가능한 내부 진통을 안에서 끝내지 못하고 밖으로 드러낸 대가로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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