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빈익빈 부익부’…삼성·현대차 ‘독무대’

한국경제 ‘빈익빈 부익부’…삼성·현대차 ‘독무대’

입력 2013-12-16 00:00
업데이트 2013-12-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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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쏠림현상’ 심화 “경제활력 저하 부작용”

최근 몇 년간 저성장 기조에도 재벌그룹 총수의 주식 자산은 엄청나게 불어나 부의 쏠림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과 증시에서 삼성과 현대차 등 일부 재벌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재벌그룹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벌그룹 쏠림현상 심화는 한국 경제와 증시의 활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다양한 업종과 기업이 발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삼성·현대차 천하…취약한 산업 구조

최근 5년 새 총수 가족의 주식가치 증감을 살펴보면 단연 삼성과 현대차 일가의 자산 급증이 눈에 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은 올해 13조8천710억원으로 2008년(2조2천830억원)보다 11조원 이상 늘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가족 역시 2008년 이후 5년 새 7조5천20억원 증가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 가족의 상장 주식 자산 증가액을 합치면 30대 그룹 전체의 65.9%를 차지한다.

5년 동안 각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그만큼 뛰었기 때문에 이들의 주식 자산도 급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연말 기준으로 2008년 이후 해마다 상승했다. 2008년 12월 말 48만9천5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2009년(79만9천원), 2010년(94만9천원), 2011년(1만8만4천원), 2012년(153만3천원) 등 꾸준히 올랐다.

현대차 역시 2008년 4만7천500원에서 시작해 2009년(12만1천원), 2010년(18만4천500원), 2011년(22만7천원), 2012년(23만500원)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현재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04%, 4.00%다.

두 그룹의 실적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은 500대 기업 총이익(2012년도 결산)의 56.9%, 영업이익의 44.4%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를 비롯해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으로 확대하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55.2%)을 이들 기업이 올렸다.

일부 재벌 기업에만 수익이 쏠리는 취약한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올해 1∼3분기 전체 상장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나 된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작년뿐 아니라 올해에도 상장사 전체 이익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 쏠림현상, 활력 저하 방증…”수익, 가계 소득 확충으로 연결돼야”

특정 기업과 업종으로 수익성과 등이 쏠리는 것은 경제와 산업이 그만큼 활력을 잃어버렸다는 증거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기업이 적다는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헤쳐나가는 힘이 그만큼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내년에 삼성과 현대차의 부진을 예상하는 증권사들은 많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내년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평균 목표주가는 각각 183만4천615원, 31만3천346원이다.

이는 지난 13일 종가인 139만원(삼성전자), 23만1천500원(현대차)보다 각각 31.9%, 35.3% 증가한 수치다.

증권사들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는 있지만 두 기업의 수익성이 내년에도 보장될지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센티브, 광고비 등 여러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제품이 잘 팔려도 수익이 따라갈 수 없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전자(IT)나 자동차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라 세계 경기 흐름에 수익성이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올해 내내 현대차를 괴롭힌 엔화 약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일본 업체와 경합도가 낮아 그나마 낫지만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은 부담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리면 한국 증시도 동반 붕괴한다는 위험은 언제든 고개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올해 6월 스마트폰 실적을 우려한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한방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락하자 코스피도 들썩거렸다.

김 팀장은 “쏠림 현상의 부작용은 증시 정체를 가져온다는 것에 있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적어도 현상 유지를 하면서 다른 업종들도 좋아져야 우리 경제가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대기업과 재벌 총수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기업 수익이 가계 소득 확충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를 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위의 부가 밑단까지 흘러가려면 투자가 되고 자산가격도 올라가야 하는데 단계적으로 시간이 오래걸리는 일”이라며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당장 경제가 좋아지더라도 하위층까지 혜택이 돌아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재벌들이 적은 지분을 갖고 전체 계열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성과가 대주주만을 위해 쓰이는 것은 문제”라며 “순환출자금지 등 계류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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