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방만’ 사외이사 선임 규제법안 추진

금융기관 ‘방만’ 사외이사 선임 규제법안 추진

입력 2013-08-28 00:00
업데이트 2013-08-2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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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규제 많을수록 기업활동 어렵다” 반발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법제화해 은행, 증권사,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금융회사 경영진이 자유롭게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없게 돼 최근 논란이 된 상법 개정안에 이어 재계가 또다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하는 공적 전담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22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후보를 관리·검증하는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직접 설치하거나 협회에 위탁해야 하고, 금융기관들은 인력뱅크에 등록된 인력 중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 ‘거수기’ 사외이사 안 된다…독립성·권한 대폭 강화

현행법상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하는데, 김동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여기에 금융소비자 대표 1인 이상과 종업원 대표 1인 이상도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사외이사후추위는 인력뱅크 풀 안에서 후보를 고른 뒤 추천 경위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자기복제’ 관행과 ‘밀실선임’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관련 업종이나 계열회사에서 상근 임직원으로 일했거나 주요 거래관계를 맺었다면 2년간 사외이사를 할 수 없는데, 이 기간은 5년으로 대폭 늘렸다.

금융회사들은 또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제도와 평가결과, 각 사외이사의 보수 지급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 사외이사 연봉은 전체 평균만 공개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외이사의 권한도 대폭 늘어난다. 사외이사는 직무와 관련해 필요한 자료를 회사에 요청할 수 있으며, 회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된다.

김동철 의원은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사외이사가 관료나 법조인 출신으로 채워져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고액의 보수를 챙기는 ‘거수기’가 아닌 독립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은 장관이나 청와대 출신 관료, 법조인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이 2010∼2012년 처리한 안건 400여 건 가운데 부결된 것은 KB금융지주 이사회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건 하나뿐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관치금융을 하더라도 금융회사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재계, 사외이사 인력뱅크 도입 여부에 ‘촉각’

경제민주화 법안에 이어 상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 및 정치권과 ‘입법전쟁’을 벌여온 재계는 이번 법안도 경영권과 연관된 사항으로 보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외이사의 상당수가 관료·법조인·교수 등으로 채워져 전문성이 떨어지는 측면은 인정하지만, 제약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도입하면 외국인과 국제적인 석학, 전문가 등을 영입하기 어려워진다”며 “각 기업의 현실에 맞게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기업들이 지배구조와 운영방안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 결국 주주들에게 득이 된다”며 “고려할 사항이 많을수록 기업활동이 불편해진다”고 강조했다.

그간 금융기관과 경제단체들이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만들어 운용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1998년부터 운영해 온 인력뱅크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활용도가 미미하다.

상장협은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 인력 900여 명을 공개하고 있으며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 인력뱅크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올해는 2명을 추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상장협은 지난 5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공동 운영하기로 하는 등 의욕적으로 운영방식 개편에 나섰다. 인력 풀의 크기를 키우려고 한국생산성본부, 한국경영자총협회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춘 상장협 기획파트장은 “상장협이 이익 단체이긴 하지만 상장사들의 목소리만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사외이사 후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파트장은 “사외이사 관련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며 “제도로 강제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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