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돈 쌓아두기’ 사상 최고…정부 “수도권 규제 풀어 투자 활성화”

10대그룹 ‘돈 쌓아두기’ 사상 최고…정부 “수도권 규제 풀어 투자 활성화”

입력 2013-04-29 00:00
수정 2013-04-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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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대기업집단(그룹)들의 유보율이 지난해 1400%를 넘어섰다. 4년 전보다 500% 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를 거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그룹들이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곳간에 쌓아 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엔저 가속화로 기업 투자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며칠 안에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 등을 포함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호텔 건설 등 재계의 희망사항이 반영될지 관심이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2012년도 유보율은 1441.7%다. 2008년 말(923.9%)보다 517.8% 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회사 내에 쌓아 두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유보율이 비정상적으로 낮으면 재무구조가 허약하다는 뜻이다. 반면 과도하게 높으면 투자 등 생산적 부문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10대 그룹의 유보율 상승은 전형적인 ‘불황형 투자 부진’의 모습이다. 지난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자본금은 28조 1100억원으로 2008년 말 25조 4960억원 대비 1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잉여금은 같은 기간 235조 5589억원에서 405조 2484억원으로 72.0%나 늘었다.

그룹별 유보율은 롯데가 1만 4208.3%로 가장 높다. 이어 SK(5925.0%), 포스코(2409.9%), 삼성(2276.4%) 등의 순이었다.

전체 상장사 656곳의 유보율도 892.6%로 900%에 육박했다. 5년 전 712.9%보다 179.7% 포인트 상승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유보율은 무려 4만 5370%에 달했다. 이런 추세는 올 들어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뿐 아니라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익이 날 것이 확실하면 ‘땡빚’을 내서라도 투자하지만 경기가 불투명하면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의 공격적 엔저 정책의 후폭풍으로 기업 환경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2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과의 경쟁이 극심한 자동차, 철강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투자부진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 부총리는 이날 경기도 시흥시 시화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서 “투자 부진의 원인이 불합리한 규제에도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털 것은 다 털고 가자는 취지로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라면서 “며칠 내에 규제 개선을 통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규제를 확 풀어 투자를 많이 해야 일자리가 생긴다”고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경제 5단체와 경기도 등은 그동안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수도권 규제 정책으로 수도권 지역의 공장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막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대도시 주변 산업의 입지를 억제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을 꼽아왔다. 이에 따라 재계의 숙원인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설과 경기 동부권 역내 대기업 공장 증설 등은 물론, 대한항공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7성급 호텔 건설과 현대자동차의 서울 성동구 성수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등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3-04-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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