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주 이병철, 어린 스티브 잡스 보더니…

삼성 창업주 이병철, 어린 스티브 잡스 보더니…

입력 2013-04-13 00:00
업데이트 2013-04-13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11년 4월 15일(현지시간)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 “삼성이 자사 제품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특허 소송을 제기한 지 2년이 지났다. 미국에서 시작된 두 회사의 재판은 곧바로 한국과 독일, 일본 등으로 번지며 9개국으로 늘어났고, 수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 어느덧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대결이라 할 수 있는 만큼 두 회사는 소송 비용부터 일반인의 상상을 압도했다. 두 회사 모두 돈이 아깝지 않은 ‘거물’이다 보니 최고의 특허 변호사들로 ‘드림팀’을 꾸렸고, 전 세계에서 50여건의 소송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두 회사는 소송 비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지금의 소송을 마무리 짓는 데만도 각각 3억 달러 가까이를 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기준 국내 유제품 업체인 매일유업의 시가총액은 5896억원. 알짜 강소기업을 통째로 살 수 있는 5000억원 넘는 돈이 생산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특허전문 변호사들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애초 삼성과 애플은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83년 28세의 어린 스티브 잡스를 만난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단박에 그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적할 만한 인물’로 높이 평가했고, 애플 역시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만들 때부터 삼성을 파트너로 주요 부품을 공급받아 왔다.

이 때문에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세상을 떠나고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직접 찾아가 조문하면서 양사가 극적인 화해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두 회사는 미국 법원에서 1심 판결이 난 지금까지도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양사의 주가와 실적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2011년 4월 15일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88만 8000원(종가 기준)이었다. 미국에서 1심 배심평결이 나온 2012년 8월 24일의 주가는 127만 5000원으로 오히려 올랐다. 2011년 4월 15일 327.46달러였던 애플 주가는 지난해 700달러를 넘어서며 용솟음쳤다.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애플)과 갤럭시(삼성)로 양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까진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애플은 법정에서 자신들이 직접 밝혔듯 소송을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세계인들에게 아이폰을 홍보할 수 있었고, 애플의 카운터 파트너 역할을 한 삼성에도 같은 혜택이 돌아갔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삼성과 애플은 험난한 특허분쟁을 치르며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양사가 암묵적으로 소송을 유지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고 비판한다. 애플이 삼성을 공격할 당시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2등 주자가 생겨났으니 삼성을 몰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싶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양강 구도가 되레 자신들에게 이득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소송을 끝내지 않고 최대한 끌고 가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에도 마찬가지라는 게 비판론자들의 설명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