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맨’ 어윤대 회장, 자진사퇴 거부 시사

‘MB맨’ 어윤대 회장, 자진사퇴 거부 시사

입력 2013-03-20 00:00
수정 2013-03-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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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취 묻는 질문에 “임기 7월까지인데 무슨…”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물갈이’ 발언으로 금융권 수장들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MB(이명박 전 대통령)맨’으로 꼽히는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어 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임원회의를 끝내고 나오다가 기자들과 맞닥뜨렸다. 거취를 묻는 질문에 “(임기 만료가) 7월인데 무슨…”이라며 “그런 말 할 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도에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어 회장이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주주들을 백방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자신의 최측근이 깊숙이 개입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 마당에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결되면 어 회장으로서는) 연임을 꿈꿔 보기는커녕 몇 달 안 남은 임기마저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KB금융은 2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다시 연다. 박동창 전 부사장에 대한 후속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임시 이사회를 연 지 이틀 만에 이사회를 또 소집한 것이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박 전 부사장의 정보 유출 경위 등에 대해 감사팀이 사외이사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라면서 “주총을 앞두고 (경영진이 파악한) 주주들의 동향도 들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어 회장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주주들에게 열심히 설명 중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어 회장은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금 소리(경영진과 이사회 간 마찰 등)가 많은데 나중에 말하겠다. 사실이 왜곡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KB금융은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보고서와 관련해 오해가 풀렸다고 주장하지만 물밑에서는 주총에 끼칠 영향 등을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SS는 이번 주총에서 선임될 사외이사 중 3명(이경재, 배재욱, 김영과)에 대해 반대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에서 촉발된 KB금융 사태는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KB금융 이사회는 어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ING 인수 건을 무산시킬 정도로 독립성과 영향력이 강하다. 일각에서 ‘사외이사들이 금융감독원과 결탁해 어 회장을 몰아내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없는데도 주인이 따로 없다 보니 금융 당국의 강력한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다 보니 정권 초에는 경영진이, 정권 말에는 이사회가 권력을 잡는 웃기는 시스템이 됐다”고 냉소했다.

KB금융은 2008년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지주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 사외이사의 연봉과 처우도 이사회가 결정한다. 감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전원(이종천, 배재욱, 김영진, 황건호, 이영남)이 사외이사다. 이사진과 감사위 멤버가 완전히 중첩된다. 권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이사회를 견제할 장치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거의 세습되다시피 하는 이사회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당초 이번 주말까지 끝내려던 KB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연장,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3-03-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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