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출자사들 “네가 먼저 돈 내놔라”

용산개발출자사들 “네가 먼저 돈 내놔라”

입력 2013-03-07 00:00
업데이트 2013-03-0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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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미루기’에 수월째 한푼도 못구해

30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린 가운데 출자사들이 다른 출자사들에 먼저 돈을 내놓으라며 으르렁대고 있다.

용산개발 사업에 참여한 30개 출자사가 작년 하반기부터 이처럼 자금 조달의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돈은 아직 한 푼도 구하지 못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개발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작년 말부터 발행을 추진하던 2천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은 출자사마다 “다른 출자사가 먼저 나서면 나도 하겠다”며 눈치보기에 나서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했다.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지금까지 용산개발 사업에 공기업인 코레일 자금만 들어갔다”며 “더 이상 우리만 돈을 낼 수 없고, 다른 민간출자사들이 지분율만큼 자금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우리도 주주 몫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들은 “출자사들 중에 추가 자금을 내놓을 만큼 여유가 있는 곳은 없다”며 “여유가 있는 코레일이 추가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살려놓으면 민간출자사들도 지분율만큼은 아니라도 일부 자금을 끌어오겠다”고 맞섰다.

12일 이자 기일을 앞두고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들은 5일 코레일에 625억원의 CB를 우선 인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코레일이 우선 CB를 인수해 파산을 막아주면 자신들도 6월 말까지 민간출자사 몫인 1천875억원을 주주배정과 3자 배정방식으로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민간출자사들은 “우리는 자금력도 없고 회사 내부 승인 절차와 외부투자자 유치 활동 등을 고려하면 CB 청약까지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다른 출자사들이 같이 자금을 내놓지 않으면 우리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출자사만 계속 돈을 쏟아 붓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의 제안으로 이사회를 통과한 1조원의 자본금을 5조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이처럼 ‘먼저 돈을 내놔라’며 핑퐁게임만 하다가 무산됐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들이 1조4천억원 증자에 참여하면 토지대금 5조3천억원 중 2조6천억원을 현물출자하고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2차분 4천161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코레일은 특히 민간출자사들이 했던 것처럼 ‘돈이 있는 삼성물산이 1조4천억원을 모두 부담해 달라’며 압박했다.

민간출자사들은 즉각 코레일에 “먼저 출자에 나서라”며 반발했다.

삼성물산 측도 “주주로서 보유 지분만큼 책임을 이행할 생각”이라며 “그러나 1조4천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단독으로 부담하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어이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건설업계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개발사업들 중 성공 사례가 드물긴 하지만 지분 참여로 구성된 용산개발 출자사들이 서로 “돈 많은 네가 먼저 돈을 대라”는 식으로 맞서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며 비난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사업 출자사들이 참여 지분만큼 주주책임을 이행하면 되고 사업 과정에서 지분율만큼 참여가 어려워지면 포기하면 된다”며 “사업 실패로 손해를 보기 싫어 다른 주주에 더 많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건 불합리하다. 용산사업 실패는 출자사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용산개발 사업은 잔액인 9억원 밖에 남지 않다. 12일 도래하는 59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이자를 갚지 못하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CB 자금은 8일까지 청약을 마쳐야 12일 이전에 수혈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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