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 896개 年실적 ‘0’

중소건설사 896개 年실적 ‘0’

입력 2012-10-24 00:00
업데이트 2012-10-2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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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공사에 3357곳 경쟁도

지난 4월 행정안전부가 발주한 고양지방합동청사 신축 전기공사. 15억 6700만원짜리에 불과한 작은 공사였지만 공사를 따내기 위해 무려 3357개 건설업체가 달려들었다. 결과는 지역 연고가 전혀 없는 부산 업체가 공사를 따냈다. 이 업체는 수주는 성공했지만 현장 주변 연계 공사가 없는 터라 공사를 해도 수익이 남지 않는다. 건설공사 수익률을 8%라고 가정할 때 이 업체는 제대로 공사를 한다면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발주한 6억 2300만원짜리 한강홍수통제소 수문관측소 공사에도 1715개 업체가 참여해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였다.

중소 건설업체들이 ▲업체 수 과잉 ▲수주경쟁 과열 ▲일감 축소 ▲수익성 부진 등 사면초가에 빠졌다. 2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건설업체의 8.5%에 해당하는 896개 업체가 연간 기성 실적이 전혀 없는 무실적 업체로 집계됐다. 8000위권 이하 업체의 55%는 적자를 냈다. 종업원 50인 이하의 중소 규모 건설사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투자액은 145조 8000억원. 이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150조 2000억원)보다 3% 포인트 줄었다. 1970~1997년의 국내 건설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10.4%를 유지했다. 1997~2011년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4.2%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건설투자는 연평균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당연히 건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1%에서 5.3%로 떨어졌다. 건설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중소건설사들이 설 땅은 사라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건설업체의 98.9%가 중소건설업체이고, 종사자의 60%가 중소 건설업체에 근무한다.

하지만 중소건설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2%, 부가가치 생산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특히 건설사의 46%가 설립된 지 10년이 되지 않은 신생업체다. 건설 수행 경험이 적은 업체의 난립은 수주난으로 이어지고, 한정된 공공시장을 놓고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경쟁하다 보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건설사가 주로 참여하는 공공기관 발주의 적격심사공사의 2010년 평균 입찰경쟁률은 359대1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1000대1을 넘는 공사도 269건이나 됐다. 4억 7000만원짜리 건축 공사를 놓고 2135개 업체가 달려들기도 했다. 90%가량은 연간 공사 낙찰 실적이 한 건에 불과할 정도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자진폐업 및 등록말소 업체가 947개, 영업정지 업체가 1600개에 이른다.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전체의 22%가 건설업에서 퇴출당했다.

권오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상식적으로 높은 입찰경쟁률을 종식시킬 수 있는 변별력 있는 발주제도 개선과 중소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2-10-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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