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량 2배 확대에 산업계 반발

온실가스 감축량 2배 확대에 산업계 반발

입력 2012-10-15 00:00
업데이트 2012-10-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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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합리화 각종수단 등장할 듯…정부 “산업계 고려했다”

정부가 내년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올해의 2배 이상으로 늘리기로 하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업종은 유관 단체를 통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무리한 감축목표…생산 타격우려” = 산업계는 우리 경제의 주축인 철강, 정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서 단기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감축하는 계획이 성장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국도 시행하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온실가스 감축을 규제하면 세계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적지 않은 기업들이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측정·보고·검증시스템 등 온실가스 데이터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 업계는 생산을 줄이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했다.

관리업체로 지정된 80개사가 내년도 감축 규모를 놓고 8∼9월 정부와 일대일 협상을 벌였지만 12개 업체가 타결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3% 감축안이 전격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라고 보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감축안을 지키려면 공장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안 그래도 어려운 수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목표가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기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업계가 당장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높은 목표치를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고 의견을 밝혔다.

시멘트 업계는 온실가스를 더 감축하려면 생산 자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시멘트를 덜 생산하고 석회석 분말 등 다른 첨가제를 넣어서 사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EU는 시멘트를 100% 무상할당 업종으로 지정한 바 있다”며 정유, 자동차, 전자 등 수출 업종처럼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상 할당해달라고 요구했다.

◇폐열로 자가발전, 이산화탄소 재활용 =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도록 요구하자 산업계도 마른걸레를 짜듯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포스코는 일단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최근 10여 년간 철강공정의 에너지 회수 설비에 꾸준히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비교적 감축 기법이 축적된 편이다.

저탄소 혁신기술을 개발해 현재 70% 수준인 자가발전 비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또 에너지 고효율 철강재 보급, 쇳물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재활용, 신재생에너지 사업 강화 등에 힘쓰기로 했다.

항공업계는 유럽의 탄소세 부과에 대응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한발 앞서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역내를 드나드는 모든 항공기에 탄소세를 매겨 내년 4월 개별 항공사에 부담액을 통보한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비행기 무게를 줄이고 효율이 높은 연료를 탑재하는 등의 다양한 자구책을 도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료 소모를 줄이고자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와류 현상에 의한 유도항력을 감소시키는 ‘윙렛’을 항공기 날개에 부착하고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 효율이 20% 이상 뛰어난 A380과 B787기 등을 도입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 대다수 제조사가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가열할 때 생기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폐열 발전소를 도입했다.

한국시멘트협회의 집계로는 가연성 폐기물을 보조 연료로 활용해 작년에 218만t의 CO2를 감축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축량이 적은 전자업계는 자체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감축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매년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200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해 2013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LG전자도 2009년에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연간 3천만t, 누적 2억t으로 세우고 여러 활동을 진행 중이며 협력회사의 온실가스 감축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일자리 창출·투자 지장없다” = 정부는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개별 기업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종별로 배출허용량을 미리 확정하고 관리업체의 신·증설 예상 배출량 신청 자료를 강도 높게 검증했다고 자신했다.

올해 8월에 정부가 한 점검에서 관리업체들이 작년에 올해 목표를 설정할 때 예상 배출량 부풀리기를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산업계가 주장하는 어려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비해 기업의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체질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식경제부는 기업이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면 에너지이용합리화 자금으로 융자 지원하는 등 제도적 지원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리대상 기업은 감축 목표에 대해 30일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정부는 2014년에 내년도 감축목표 이행 실적을 평가해 미달 업체에 개선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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