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살자”… 법정관리 ‘악의적 도피’ 수단인가

“나만 살자”… 법정관리 ‘악의적 도피’ 수단인가

입력 2012-09-29 00:00
업데이트 2012-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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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기업 5년 새 10배 급증 “채권단 간섭 워크아웃보다 낫다”

웅진홀딩스처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5년 사이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실 경영의 피해를 채권단과 투자자, 거래업체 등에 떠넘기고 기업주는 책임을 면하는 ‘악의적 도피’ 수단으로 법정관리가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웅진그룹 계열사 및 하도급 업체들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채무 상환 기간 연장 등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금융권에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28일 긴급 간부회의와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이병삼 금감원 기업금융개선3팀장은 “웅진 협력업체 채무에 대해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법인카드 사용 중지, 여신 한도 축소 등의 방법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지도공문도 전날 각 금융권에 보냈다.

금감원 측은 “웅진홀딩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계열사 차입금 530억원을 앞당겨 갚은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최근 들어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도피 수단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2006년 76곳에서 지난해 712곳으로 급증했다. 이를 두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보다 법정관리가 해당 기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정관리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정상화 계획을 짤 수 있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면받는 채무의 범위도 금융권 채무에 한정되는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는 ‘채권자 평등 원칙’에 따라 비(非)금융권 채무와 일반 상거래 채무까지 적용받는다.

여기에는 경영권이 보장되고 채무 감면 폭이 큰 ‘통합도산법’이 근본적으로 자리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6년 제정된 통합도산법은 당시 미국에서 운영하던 ‘관리인 유지’(DIP·Debtor In Possesion)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통합도산법 제정 이후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2007년 116곳, 2008년 366곳, 2009년 669곳, 2010년 630곳 등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법원 파산부가 지주회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장은 “법정관리는 회사채 투자자나 하도급 업체에 연쇄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고통 분담과 자구노력 등을 통해 모두가 사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자신들만 살겠다며 손쉬운 법정관리로 달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과 법조계는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채무조정을 기다리다 기업들이 더 곪아 터진다.”면서 “법원의 엄정한 관리를 받는 법정관리가 워크아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2-09-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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