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기확장 때만 투자 내부자금 투입비중 2배 늘어 2분기 설비투자 2.9% 감소
1990년대까지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설비투자가 오히려 경제의 ‘짐’이 되고 있다. 저조한 투자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잠재성장률(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기업의 투자 의지를 북돋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기술 혁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1990~1997년 설비투자는 경기 국면에 3분기 정도 앞서고 2분기 정도 후행했지만, 1998년 이후에는 선행성·후행성 모두 1분기로 짧아졌다.
특히 기업들의 내부자금 투입 비중이 1998년 29.9%에서 2010년 67.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실패를 무릅쓰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가치를 혁신하는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재무 안정성만을 중시하는 기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전기 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1991~2000년 평균 9.1%에서 지난해 3.7%로 둔화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3.2%)와 올해 2분기(-2.9%)에는 되레 뒷걸음질 치며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저조하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커질 때 설비투자 증가율은 ▲미국 8.5% ▲프랑스 9.7% ▲일본 7.4%였지만 우리나라는 6.7%에 그쳤다.
설비투자 부진은 생산능력 감소로 이어져 잠재성장률 하락을 불러온다. 1970년대 연평균 15.6%였던 제조업의 생산능력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4% 정도로 추락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까지 더해져 4% 안팎으로 추산되던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3%대 중·후반, 현대경제연구원은 3.8%를 각각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올해부터 2025년 사이의 한국 잠재성장률을 2.4%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1%대 추락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7%대였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고, 향후 경기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있다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국내외 경제가 지식기반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잠재성장률 상승을 위해서는 투자 확대와 더불어 기술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9-07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