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총수 집유금지’ 추진에 재계 패닉

‘횡령·배임 총수 집유금지’ 추진에 재계 패닉

입력 2012-07-17 00:00
업데이트 2012-07-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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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 확산되나 긴장

여권에서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로 실형을 면하는 사례를 원천 차단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화, SK 등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그룹들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경제단체들은 “특정 총수에 대해 새로운 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한다. 아울러 재벌개혁 분위기가 여권까지 확대될까 우려하고 있다.

●“아군으로부터 뒤통수 맞은 셈”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제출할 예정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경제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집행유예 남발을 막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횡령·배임 규모에 따라 ▲5억~50억원 7년 이상 ▲50억~300억원 10년 이상 ▲30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15년 이상 징역 등에 처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재벌 총수들의 횡령·배임 액수가 수백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는 게 불가능하고, 총수는 실형을 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재벌 기업들은 거의 ‘공황상태’다. 야권도 아닌 여권에서, 그것도 건드려서는 안 될 ‘역린’(逆鱗)에 해당하는 총수의 신변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한 10대 그룹 관계자는 “‘아군’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면서 “본격적인 재벌개혁 정책이 야권을 넘어 여권까지 ‘감염’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귀띔했다.

특히 총수들이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재판에 계류 중인 한화와 SK 등은 경제민주화 정책이라는 ‘암초’에 이어 특경법 개정안이라는 ‘대형 어뢰’를 맞닥뜨리게 됐다.

검찰은 이날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회장에 대해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여덟개의 기소혐의 중 대다수가 무죄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형평 위배… 기준 사회적 합의를”

그러나 이는 바꿔 말하면 자칫 김 회장 등에 대한 양형 기준이 되레 높아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1심 선고는 다음 달 16일에 열린다.

역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은 이르면 9월 중순, 1심 판결은 9월 말에서 10월 초로 예정돼 있다. 최근 정치권의 ‘재벌 때리기’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재계 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툭하면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정치권이 재벌 총수의 집행유예를 막는 것은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라는 격한 표현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총수에 대한 양형 수준이 약했다면 시정하면 될 일이지 총수에 대한 규정을 추가한다면 법의 일반성이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고위 관계자도 “판사가 지금까지 총수들에 대해 가벼운 형량을 내린 것은 이들이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재량권을 발휘한 것”이라면서 “횡령·배임액 기준 역시 자의적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혜정·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2-07-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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